지난해 12월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평우)와 함께 일본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을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던 일본변호사연합회 우츠노미야 켄지(宇都宮健児ㆍ65) 회장이 이번엔 빈곤 문제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대한변협 주최로 20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회 국제인권환경대회에서 '빈곤과 변호사 역할'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우츠노미야 회장은 인터뷰에서 한일에 공통된 빈곤의 악순환의 요인으로 고금리 문제를 지적했다.
우츠노미야 회장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빈곤으로 인해 고금리 대출을 받고 이를 갚지 못해 자살이나 야반도주를 하는 등 악순환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일본에서 30년 넘게 소비자금융 운동을 펼쳐온 변호사다. 그는 "경제가 성장하면 국민 전체가 풍요로워진다는 건 환상"이라며 "고금리 대출을 규제하는 법률은 시장경제에 역행하는 법이 아니라 사회적ㆍ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법"이라고 역설하면서 한국에서도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연 100%에 가까운 고금리 대출, 폭력적 협박적 추심으로 일가족이 동반자살하는 경우도 있다"며 "1998년 이후 매년 3만명의 자살자가 일본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그 중 7,000~8,000명은 경제적 고통이 원인"이라고 심각성을 전했다. 교육비, 식비 등 기본적 생활비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으면서 그 고금리로 인해 또 다시 빚을 내야 되기 때문에 다중 채무를 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츠노미야 회장은 일본에서 고금리 대출은 금지됐지만 그 여파로 일본 대부업체 자본이 한국으로 유입돼 같은 피해가 양산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일본 내 최대 야쿠자 조직 중 하나인 야마구치구미 고료회가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한국, 대만 등의 사채시장에 진출했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이들이 외국에서 행하는 범법행위를 규제할 수 있어야 하고 국가 간의 협조와 노력도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금리 대출, 다중 채무를 막기 위한 법률 마련도 중요하지만 결국 근본 원인은 빈곤에 있다고 말한 그는 빈곤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적극적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대한변협과 함께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 회복을 위한 입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던 우츠노미야 회장은 "공동선언문에 나오는 내용은 오래 전부터 일본변호사연합회에서 연구하고 채택했던 것으로 지난해에는 한국과 같이 발표한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도 있었지만 다들 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언문을 일본 내각, 의회, 정당에 보냈는데 아직 답변이 없고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와 관련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한 뒤 "직접 찾아가 설득 작업을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부산=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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