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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민주화 시위/ 헬기·저격수까지 동원 진압… 핏빛 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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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민주화 시위/ 헬기·저격수까지 동원 진압… 핏빛 리비아

입력
2011.02.2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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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혁명에 성공한 튀니지와 이집트 사이에 끼어 있는 리비아가 연일 피로 물들고 있다. 42년 세계 최장수 통치자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은 시위대를 향해 저격수까지 동원해 무자비하게 진압했고 시위 5일 만에 사망자수는 1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대는 20일(현지시간)에도 또 다시 거리로 나와 목숨을 건 시위를 이어갔다.

19일 리비아 제2의 도시인 벵가지에 투입된 특수부대는 동이 트기도 전에 벵가지등대 앞에 차려진 시위대 텐트촌에 최루탄 등을 쏘며 급습했다. 시위대는 황급히 이동했으나 부상자가 속출했다. 한 목격자는 “어둠에 희뿌연 연기까지 가득해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렸고, 사람들은 시신과 부상자를 옮기면서 달아났다”고 말했다.

전날에도 시위로 35명이 사망한 데 이어 19일 이들을 애도하는 조문행렬 수천명을 향해 특수부대가 사격을 가해 최소 20명이 사망했다. 지붕 위에 배치된 저격수는 여성, 아이 가릴 것 없이 총구를 조준했고, 중무장한 헬기도 하늘에서 시민들을 향해 포격했다. 대공 미사일을 머리에 맞아 죽은 사람이 나왔고 시내는 삽시간에 불바다로 변했다. 현재 리비아 정부가 언론과 인터넷 차단에 나서 정확한 사망자 집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시위 5일째인 19일까지 최소 10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벵가지 현지 병원 관계자는 AP에 “사상자 대다수가 총을 맞았다”며 “며칠 동안 본 사망자가 200명이 넘는다”고 말해, 사망자 수가 크게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리비아 정부는 카다피의 막내 아들이 지휘하는 카미스 여단과 외국 용병이 포함된 민병대를 벵가지 등에 투입하면서 사망자가 속출했다. 뉴욕타임스는 벵가지를 ‘유령도시’라고 표현했다.

수도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1,000㎞ 떨어진 벵가지에서 카다피 국가원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처음 발생한 뒤 알바이다 등 다른 도시로 번지고 있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지만 국민 생활 수준은 석유 하나 없는 튀니지보다 낮아, 42년 독재정권 카다피에게 불만을 품은 젊은 층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해 시위를 급속도로 전파하고 있다. 그러나 트리폴리에서 친정부 시위가 일어나는 등 카다피를 옹호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아 시위확산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높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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