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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투명망토'와 과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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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투명망토'와 과학교육

입력
2011.02.2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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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는 방바닥에서 비단 같은 재질의 반짝이는 망토를 주워들었다. 망토에서는 마치 옷감과 물이 섞여있는 듯한 이상한 촉감이 느껴졌다. "그거 투명망토야" 론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분명 그거야, 한번 몸에 걸쳐봐." 해리가 망토를 어깨에 두르자 론이 소리쳤다. "맞아. 보라고!" 해리가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보자 그의 하체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조안 롤링 중에서)

1962년 인공위성의 발명자로 유명한 아서 클라크 경은 그의 저서 에서 "고도로 발달된 과학기술은 마술과 구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나 등에 투명망토(Invisibility Cloak)와 관련된 논문이 발표되고 있다. 필자 역시 '임의의 형태를 시야에서 사라지게 하기 위한 일반상대론적 변환'이란 제목의 논문을 영국에서 발간되는 저널에 출판할 예정이다. 조안 롤링이 해리포터 시리즈를 통해 소개한 상상 속의 투명망토가 마술이 아닌 과학기술을 통해 언젠가는 구현될 수도 있을 가능성에 대해 개인적인 흥미를 갖고 있다.

투명망토와 관련된 과학적 연구는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견한 직후인 19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의 물리학자 이고르 탐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이용하면 구부러진 시공간은 마치 렌즈처럼 작용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를 현대물리학으로 재해석하면 유한한 곡률반경을 갖는 시공간은 빛에 관해서 유전체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체의 성질을 잘 이용하면 환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러한 이론에 근거한 자연적인 현상이 있다. 바로 사막 등에서 잘 나타나는 '신기루'이다.

투명망토는 전자기파가 존재할 수 없는 공간영역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수학적으로 매우 복잡하여 여기에 소개할 수는 없지만 전자기파에 관해서 블랙홀과 유사한 왜곡된 공간을 가정하고 이를 일반상대성이론을 적용하여 변환시키면 주어진 물체를 전자기파로부터 숨길 수 있는 유전체 프로파일을 구할 수 있다.

많은 과학의 중요한 발견이 그랬듯 투명망토의 초기 응용은 군사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전체의 특성을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메타물질기술을 이용하면 전투함 등을 적의 레이더 및 시야로부터 숨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존의 스텔스 기술은 특정한 레이더의 주파수에 관해 반사면적을 최소화 시켜 탐지가 어렵게 만드는 방법인데 비해 투명망토는 원하는 영역에 전자기파(또는 빛) 자체가 존재할 수 없게 만드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스텔스 기술과 차별화 된다. 어쩌면 수 세기 후에는 해리포터가 갖고 있는 것처럼 뒤집어 쓸 수 있는 형태의 투명망토가 가능할 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아서 클라크의 말이 현실로 다가 오게 될 것이다.

현재 국내의 공과대학 커리큘럼은 투명망토 또는 양자컴퓨터와 같은 획기적인 기술발전을 학생들로 하여금 소화시키고 발전시키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투명망토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인 과목 중 하나인 일반상대성이론은 고사하고 양자역학조차도 교과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미국 MIT의 경우 양자역학은 물론이고 이미 1980년대부터 전기공학과에서 상대성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과연 미래의 공학도를 산출하는 공학교육의 메카라고 부를 만하다. 소위 '인질 경제'로 불리는 사교육으로 인해 창의성을 말살 당한 중등교육과 미래의 신기술을 대비하기엔 부족하기만 한 우리의 고등교육과정을 보면 과학기술의 미래가 밝지만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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