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56)씨는 광주 남구 봉선동의 상가건물 1층 일부에서 PC방을 운영하기 위해 2009년 4월 관할 교육청에 개설 신청을 했지만, PC방이 학생환경위생정화구역 내에 자리잡고 있다는 이유로 거부됐다. 정화구역은 학교 경계선에서 가장 짧은 직선 거리로 200m 내에 속해있는 지역으로 이 구역 내에서는 교육감 권한으로 모텔이나 PC방 등이 들어설 수 없게 하도록 학교보건법에 규정돼 있다. 이씨의 PC방 주변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가 각각 1곳씩 있는데 문제는 측정기준에 따라 PC방이 정화구역 기준선인 200m를 넘나든다는 점이었다.
이씨는 광주 서부교육청을 상대로 PC방 개설 금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초등학교부터 PC방이 속해 있는 건물까지의 최단 직선 거리가 186m로 측정됐다며 교육청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정화구역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따질 때는 PC방이 들어선 건물이 아니라 영업장소인 PC방의 전용 출입구까지의 거리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를 기준으로 측정하면 이씨의 PC방은 학교들로부터 각각 207~216m 거리에 있으므로 PC방 개설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받아들였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김씨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PC방 이용객이 주차장과 승강기, 화장실 등 상가건물의 공용시설을 이용하더라도 이를 PC방 시설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PC방이 정화구역 내에 있는지 판단하려면 전용시설(출입구 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전용시설이 정화구역 밖에 있다면 PC방 설치를 금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판결은 학습권 보호를 위한 학교 주변 정화구역 설치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재산권 행사 제한도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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