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이 안전하게 살 수 있을지, 개발의 위협 앞에 사라질지 그 운명이 23일 결정된다. 북극의 가라앉는 얼음 덩어리 위에서나 의회가 아닌 미국 법정에서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레프는 23일 워싱턴 법정에서 현재 위기(threatened)종으로 분류돼 있는 북극곰을 ‘멸종위기(endangered)종’으로 분류할지를 논의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북극곰 보호수위가 달라지는데 멸종위기종에 대해서는 사냥금지, 서식지개발 제한, 보호소 건설 등 조치가 뒤따른다.
미국 정부는 2008년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아 내리면서 북극곰의 서식지가 좁아지자 멸종위기보호법에 따라 북극곰을 위기종으로 지정했다. 2009년에는 알래스카 약 52만㎢에 달하는 지역을 북극곰 핵심 서식지로 지정, 정유회사들의 석유와 가스탐사 활동을 제한했다. 핵심 서식지로 지정되면 개발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북극곰과 서식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정부의 개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5개의 정유회사들은 핵심 서식지 지정을 취하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환경보호론자들은 거꾸로 북극곰이 더 엄격히 보호되어야 한다며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하는 또 다른 소송을 제기했고, 그 판결이 23일 날 예정이다.
워싱턴 법정에서 운명이 갈릴 북극곰 이외에도 세계 각국의 법정에서 고래(호주), 회색늑대(스웨덴), 오소리(영국), 바다표범(캐나다), 흰머리독수리(미국) 등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법정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동물보호법의 적용대상이 넓어지고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야생동물 보호관련 소송이 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생물다양성센터 생물학자 노안 그린왈드는 “야생동물 보호 소송은 1990년대 시작됐는데 20년 만에 결실을 맺고 있다”며 “동물보호를 위해 정부에 로비를 하면 거대 이익단체의 반대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에 소송이 가장 강력한 도구”고 설명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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