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에 당초 알려진 국가정보원 직원 3명 외에 1~2명이 더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괴한 3명이 롯데호텔 신관 19층에 있는 특사단 아흐마트 보좌관의 방에 침입했을 당시, 정체가 불분명한 2명의 남녀가 호텔 복도에 있었던 것으로 CCTV 화면 상에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건에 개입한 국정원 직원이 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면 파장은 더 커질 수도 있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6일 특사단 숙소에 3명의 괴한(남자 2명과 여자 1명)이 들어갔다가 방을 빠져 나오는 6분의 시간 동안, 호텔 복도에 있던 CCTV에는 호텔 종업원처럼 보이는 남성이 복도에서 서성이는 모습과 룸메이드(객실청소직원) 차림의 여성 1명이 주변에 있던 장면이 잡혔다.
이 남성은 3명이 숙소에 침입하는 동안 복도를 계속 돌아다녔고, 여성 1명도 룸메이드 차림새와는 달리 객실 청소는 하지 않고 위치를 지키는 등 수상쩍은 행동을 했다. 3명으로 구성된 '침입조'의 '감시조' 내지 '차단조' 역할을 한 국정원 직원들이 아니었느냐는 추측을 낳을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특사단의 아흐마트 보좌관이 노트북이 사라졌다고 항의하자 이 남자는 마치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곧장 비상계단실에 숨어 있던 괴한 3명을 보좌관에게 데려가 노트북을 돌려준 것으로 드러나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수사에 보안 요청을 한 국정원을 의식하는 듯 경찰의 움직임도 수상하다. 당시 괴한 3명과 2명의 남녀가 있던 장소(19층)와 시각(16일 오전 9시27분 전후)이 확인된 만큼 호텔 근무자들을 가려내는 건 하나도 어려울 게 없는데도 이들이 실제 종업원 또는 룸메이드인지, 아니면 위장을 한 국정원 직원인지를 파악하는 데도 한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경찰의 흐릿한 수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특사단의 노트북에 남은 지문 감식에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시간이 걸리고 있는 사실이 대표적이다. 경찰은 16일 밤 11시15분 신고를 받았을 당시 지문 채취 등을 위해 과학수사팀도 함께 현장에 출동시켰다. 하지만 지문 감식 작업 결과는 사건 발생 7일째인 22일까지도 나오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특사단 보좌관 등 외국인의 지문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선별하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전문가는 "종이와 같은 거친 표면에 남은 지문도 아니고 표면적의 상당 부분이 매끈한 노트북에서 지문을 선별하는 시간 치고는 좀 긴 시간"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수사를 고의 지연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또한 괴한들을 목격한 이의 진술은 그 정체를 밝히는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는데도 경찰은 호텔 직원 등 당시 사건 목격자들에 대한 조사를 아직도 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CCTV 영상이 흐릿해 누구인지도 확인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람을 불러 조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원이 호텔측에도 입막음을 시도한 흔적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경찰과 롯데호텔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 개입 의혹이 불거진 21일 오전 호텔 내부회의에서는 참석자들에게 '이 사건에 호텔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의견이 전달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건의 실체가 제대로 규명될 수 있을 것인지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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