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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은 ‘명명할 수 없는 풍경’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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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은 ‘명명할 수 없는 풍경’展

입력
2011.02.20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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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비엔날레 등 국내ㆍ외 프로젝트와 기획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 온 중진 작가 손정은(42)씨가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성곡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성곡미술관 2관 1~3층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그가 4년여간 준비해 온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역순으로 3층부터 시작된다. 해부학 실험실을 연상시키는 음산한 공간에는 수녀복처럼 단정한 옷을 입은 여성이 불룩한 배를 두 손으로 받친 그림이 캐비닛 안에 들어 있다. 그 주위에는 닭 물고기 꽃 등이 메틸알코올 용액에 담겨 있다.

작가는 남성의 성기 모양을 한 엿가락을 이로 갉아 내 조각한 작품도 함께 전시했다. 한쪽 벽엔 비닐과 실로 얼굴을 꽁꽁 싸맨 한 남자의 사진과 여성의 성기를 연상시키는 비누 조각을 두 손 안에 담은 듯한 사진도 걸려 있다.

2층은 위층에서 보았던 임신한 여성의 자궁이다. 온통 분홍빛인 이곳에 젊은 남성의 사진이 눈에 띈다. 이들은 모두 붉은 침대에 눕거나 앉아서 꽃물이 든 거즈나 붕대 혹은 꽃으로 묶여 있다. 그들을 찍은 수백 장의 사진은 가학적 느낌과 동시에 여성 안에서 치유되는 느낌이 든다.

마지막 전시 공간인 1층에 내려서면 제일 높은 곳에 걸린 ‘베일을 쓴 아버지의 초상’이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온다. 우세한 남근의 형상이지만 꽃이 수놓인 베일을 쓰고 있어 용서받고 있는 남성처럼 보인다. 한쪽 벽에는 입이 뜯긴 여성의 두상이 즐비하다.

작가는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왜곡된 남성 권력에 대한 거부감과 그것에 대한 분노, 응징을 거쳐 화합과 용서로 이어지는 변증법적 치유 과정을 특유의 연출 기법으로 보여 줬다. 또 전시장 내 작품 설명을 지우고, 작품 제목이 적힌 배치도를 제작해 관람객 개개인이 참여, 심리극을 경험할 수 있도록 시도했다.

강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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