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농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농담

입력
2011.02.20 04:54
0 0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 평소 과묵한 친구가 전화기를 잡고 수다를 떨었다. 전화기에 대고 아주 사소한 이야기까지 편지를 썼다. 친구가 사랑에 빠진 것 같았다. 사랑을 하면 사소한 것도 소중해지나 보다. 아니 세상에서 사소한 것들 자체가 없어지나 보다.

마당으로 나가려 문을 열면 문에서 소리가 났다. 땅이 얼며 아래 문틀을 들어 올려 나는 소리였다. 깊은 밤 이웃집 사람들 잠이나 깨우는 건 아닌지 늘 걱정이었다. 땅이 풀리고 문에서 나던 소리가 갑자기 사라졌다. 문을 열 때마다 뭔가 허전했다. 소리 내며 여닫힐 때 문은 더 치열하게 문이었던 것 같다. 쇠사슬을 감고 눈 위를 달릴 때 바퀴가 더 바퀴 같던 한파의 겨울. 그 겨울의 소리들이 퇴각하고 있다.

아름다운 것과 만난 음식 앞에서도 아파야 사랑이니, 사랑이여 너는 얼마나 크고 깊고 치열한 종소리인가.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