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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리치 스토리] '아라비아의 워런 버핏'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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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리치 스토리] '아라비아의 워런 버핏'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입력
2011.02.1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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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량기업 위기 때 '큰 손' 내밀어 투자… 중동 최고 갑부

'오일머니'로 돈이 넘쳐나는 중동의 최고 부자는 알 왈리드 빈 탈랄(55)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이다. 최근 '중동의 워런 버핏'으로도 불리는 그가 한국 기업 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어느 기업이 그의 투자 목록에 이름을 올릴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알 왈리드 왕자의 재산은 약 204억달러. 포브스에 따르면 중동에선 최고 부자이고, 전세계에서는 19번째 부자이다.

중동의 워런 버핏

알 왈리드 왕자가 투자가로서 명성을 얻은 건 1990년대초 미국 시티코퍼레이션(현 시티그룹)에 투자하면서부터다. 90~91년 파산위기에 몰려 주가가 추락하던 시티 주식을 사들였는데 금방 주가가 3배로 뛰면서, 사실상 글로벌 무대 데뷔나 다름없던 이 투자에서 '아라비아의 워런 버핏'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그는 이 회사의 지분 14.9%를 5억5,000만달러에 투자했는데, 이후 시티그룹의 경영이 급속히 정상화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는 같은 지분의 가치가 100억달러까지 불어나기도 했다.

시티에 대한 투자가 보여주듯이 그는 일시적으로 자금 위기에 빠진 우량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에는 대우와 현대차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가 3년만에 회수하기도 했다. 테크놀로지 및 미디어기업도 그가 선호하는 투자처다.

아메리카온라인(AOL), 애플, MCI, 모토로라, 뉴스코퍼레이션 등도 한때 투자목록에 올랐지만 닷컴버블에 기술주 투자는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지금은 뉴스코퍼레이션을 제외하곤 거의 정리한 상태. 2000년대 들어서는 호텔 등 부동산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포시즌과 런던 샤보이, 모나코 몬테카를로그랜드, 페어몬트 등의 유명한 호텔의 주요지분을 손에 넣고 있다. 고향인 사우디 제다에서는 세계 최고층(1,609m)빌딩인'1마일타워'를 건설하는 100억달러 규모의 거대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의 로열패밀리

갑자기 글로벌 '큰손'으로 부상하면서 그에 대한 루머도 한때 나돌았다. 시티그룹 등과 같은 대형 투자건이 사실은 오일머니로 막대한 부를 쌓은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돈으로 이뤄졌으리라는 추측이었다. 물론 이같은 루머도 그가 사우디 왕족이기 때문에 나온 것.

사우디를 통일ㆍ건국한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가 그의 할아버지이고, 레바논의 초대 수상을 지낸 리아드 알 솔흐가 외할아버지다. 현재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국왕은 그의 삼촌이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치에서 알 왈리드 왕자의 파워는 거의 제로. 그의 아버지인 탈랄 왕자는 1950년대 이복형 사우드 국왕의 통치 하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다가 망명생활을 한 끝에 정계와 거리를 뒀다. 그의 가족들은 왕족들이 오일머니를 독점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알 왈리드 왕자도 79년 미국 멘로대를 졸업하자마자 사업에 뛰어들었다. 아버지 탈랄 왕자로부터 빌린 1만5,000달러 및 주택담보 대출금 등 15만달러를 초기 자본으로, 처음에는 다른 사우디 왕족처럼 주로 땅 투기로 돈을 벌었으나 나중에 은행 인수ㆍ합병(M&A)에 뛰어드는 등 미국식 사업 감각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태어났으나, 어린 시절은 레바논 외가에서 보냈고 대학 교육은 미국에서 받았다. 그의 투자 감각도 이런 다양한 국제적 경험에서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베두인 유목민 특유의 주의 깊은 기질과 흥정 및 계산에 강한 레바논인의 혈통에 미국적 사고방식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 알 왈리드

기부활동에서 알 왈리드 왕자는 통 큰 씀씀이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미국, 유럽 등 서구세계와 중동 이슬람 간에 가교를 놓기 위한 교육ㆍ연구 지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05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이슬람미술전시관 설립에 2,000만달러를 기부했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이슬람학 후원을 목적으로 2,000만달러 기부금을 내놓았다.

2001년 9ㆍ11테러 당시에는 뉴욕시에 1,000만달러의 구호자금 기부를 제안한 것도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그의 제안은 당시 뉴욕시장 루돌프 줄리아니가 거절했다. 2002년에는 팔레스타인 난민을 위해 사우디 정부가 주도한 자선 모금방송에서 2,700만달러를 내놓기도 했다.

그가 투자했던 기업들만큼이나 소유하고 있는 사치품들도 세계 정상급 수준이다. 2009년 기네스북에 세계 최대 개인제트기 보유자로 이름을 올렸는데, 현재 주문 중인 세계 최대 여객기 에어버스 A380까지 포함하면 모두 4대의 항공기를 소유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값비싼 명차를 200대 이상 갖고 있는 자동차광으로도 유명하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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