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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혁명과 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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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혁명과 여기자

입력
2011.02.1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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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민중혁명의 환호 속에서 불거진 미 CBS 방송 여기자의 성폭력 피해 사건이 새삼 논쟁거리가 된 모양이다. 라라 로건(39)은 무바라크가 퇴진한 11일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200명 남짓한 군중에 둘러싸여 봉변을 당했다. CBS는 군중 속의'위험한 무리'가 로건을 카메라 팀과 경호원들에게서 떼어 놓은 뒤 성적 공격(Sexual assault)과 구타를 자행했다고 발표했다. 로건은 동료와 군인들에 의해 이내 구출됐으나, 다음날 전세기 편으로 귀국해 이틀간 병원에 있다가 집에서 쉬고 있다고 한다.

■ 자못 어지러운 논쟁은 대체로 두 가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쟁점은 언론 안팎의 보수세력이 사건의 본질을 왜곡, 반이슬람ㆍ반혁명 논리에 이용했다는 비판이다. 두 번째는 미모를 앞세운 여기자가 분쟁지역이나 민중혁명에 뛰어 들어 위험을 자초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본분과 거리 멀다는 비난이다. 이 가운데 '반혁명 악용'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보수 논객과 블로거들은"이집트 여성은 평소에도 거리에서 성폭력에 시달린다"고 떠들었다. 여성 인권을 짓밟는 이슬람 사회가 민주 혁명을 외치는 것은 우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여권 운동가들조차 반박한다.

■ 미국의 유명한 페미니즘 블로거 아만다 마코트는 영국 가디언 지 기고에서 "미국 여성들이 이집트 여성보다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여성의 거의 100%가 길거리에서 성희롱 성추행 등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조사결과를 인용했다. 또 타흐리르 광장의 수십만 군중이 열광하는 상황과 비슷한 록 콘서트 등에서 강간을 비롯한 숱한 성폭력이 발생하는 사실을 일깨웠다. 그는 이슬람 사회에서 서구 여성은 주목 받기 마련이며,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곳에서는 흔히 음험한 손길이 몸을 더듬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유독 이집트 남성을'짐승'으로 매도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 두 번째 쟁점, 모델 출신인 로건 같은 여기자를 위험지역 보도에 즐겨 내세우는 방송 관행은 비판보다 옹호론이 우세하다. 성폭력 위험 등을 이유로 성차별을 하는 것은 야만적 폭력을 정당화하는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라크전 종군(embedded)취재로 입신한 로건이 인기를 위해 위험을 자초했다고 비판한 분쟁전문 언론인은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이런 논란에서 궁금한 것은 로건이 봉변을 당한 구체적 정황이다. CBS는'악랄한(brutal) 공격'이라면서도,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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