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월 7일자 칼럼 '미친 등록금, 미친 진학률'에서 김진석 인하대 교수는 필자도 공저자로 참여한 를 언급하면서 '반값 등록금'을 비롯한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혀줘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김 교수가 대학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을 "최소한 미국만큼 높이는 일은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고 한 것은 책의 주장에 동의를 표한 것이니 이견이 없으나, "국립대만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고 사립대는 시장에 맡기자"는 주장에는 선뜻 공감하기가 어렵다.
우선 전체 대학생의 80%가량이 재학 중인 사립대 등록금을 낮추지 않고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사립대를 지원하면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재원 규모가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국회에 제출해 이 법만 통과되면 재원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재정지원은 국가의 의지 문제다. 국민 1인당 소득이 우리보다 못한 나라에서 무상교육을 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둘째, 김 교수는 사적 재산권을 요구하는 사학재단에 왜 국가가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하는지 반문한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은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정책이지 사립대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다. 김 교수는 사학 비율이 높은 구조를 개탄하면서도 그런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하는데, 사립대 문제를 그대로 두고서는 어떠한 비책(秘策)을 쓰더라도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셋째, 김 교수는 "사립대는 시장에 맡겨 합리적으로 경쟁하도록 하자"고 주장한다. 문제는 주요 사립대들이 "지금의 등록금이 싸다"고 주장한다는 데 있다. 시장에 맡기면 이들 대학은 등록금을 폭등시킬 것이고, 학벌주의 사회에서 학부모들은 등이 휘더라도 이를 감내해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경쟁에서 뒤처진 나머지 대학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등록금을 인상할 것이다. 물론 이들 대학에는 학생들이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지는 모르겠으나, 설사 이들 대학이 퇴출된다 해도 살아남은 대학들이 등록금을 낮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
넷째, 김 교수는 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들어 '반값 등록금'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최근 유럽 국가들의 사례는 무상교육을 하거나 100만원도 채 되지 않은 등록금 제도를 수십 년간 운영하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일정 부분을 인상하려는 것이다. 등록금이 이미 1,000만원 내외인 우리나라와 유럽은 애초부터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아울러 김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이 "OECD 국가들의 거의 2배인 상황"이라 했지만 노르웨이(71%), 핀란드(70%), 호주(87%) 등과 같은 나라들도 있다. 2010년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71%로, OECD 평균(56%)보다는 웃돌지만 극심한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많은 직업에서 대학교육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다수가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며 "부모들도 무조건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권한다. 그렇지만 사회 구조를 바꾸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올해도 어김없이 등록금 때문에 대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잇달아 발생했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방치할 것인가.'반값 등록금' 도입으로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당장 끊어야 한다.
이수연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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