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전력 피크(peak)는 겨울철 대낮에 걸린다. 이는 한국만의 특이한 현상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전력 피크는 여름철 에어컨 가동으로 인해 여름철 낮이나 저녁 때 걸렸다. 이런 현상은 저렴한 전력요금과 전력의 편의성 때문이다.
얼마 전 캐나다를 다녀왔다. 벤쿠버의 한인식당에 들렀더니 손님은 많은데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주인에게 "전기난방을 해 한국 식당은 후끈후끈하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며 "한국의 전기요금이 얼마나 싸기에…"라고 했다.
정부는 여름철 피크가 걸리면 심야 네온사인을 규제하고 겨울에 전기가 모자라면 백화점 온도부터 규제한다. 하지만 반응은 미미하고 효과도 미지수다.
한전과 일부 민간회사들이 시행하는 점심시간 조정은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는데도 호응이 적다. 전력 피크는 공장들이 점심시간을 30분만 일찍 당겨도 원자력발전소 두 대 정도는 짓지 않아도 된다. 국가적으로 보면 약 5조원 정도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더 기막힌 아이디어도 있다. 묘하게도 피크가 걸리는 시간은 일사량이 가장 좋을 때이다. 현재 '태양광 의무할당제 사업(Renewable Portfolio Standard)'에 맞추기 위해 각 발전사들이 태양광을 개발하고 있지만 10년이나 걸리는 사업이다. 전력 피크 해결을 위해 원자력발전소를 짓자면 약 5조원이 든다. 이 자금을 정부차원에서 태양광발전소를 조기 건설하면 어떨까. 그 돈이라면 대략 1,000MW의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여유만 있어도 전력 피크 문제는 한숨 돌릴 수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설치된 약 580MW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태양광발전 운영자의 관심부족, 단발성 제도로써 현장과의 동기화 미흡, 설비의 관리소홀 등으로 비경제적으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발전설비는 2010년 기준 약 16.5GW가 시공돼 운영되고 있으며 태양광의 원조 격인 독일에서는 총 누적 8.5GW로 전 세계 시장의 51%를 차지하고 있다. 60여 년 뒤 고갈되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을 각국이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도적인 신재생 에너지의 녹색정부 지원정책이 지속적이며 실효성 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사계절 환경에 맞는 한국형 하드웨어 마련, 효율 높은 신재생 스마트 그리드와 IT기반의 운영 소프트웨어 및 정부의 밀도 있는 정책적 유지보수 관리방안이 병행돼야 한다. 또 현재 운영되고 있는 태양광발전 설비의 유지보수 미흡으로 설비 이용률이 평균 절반 이하로 운용되는 것 등 정책누수비용을 줄이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IT기술을 결합한 한국형 지형에 맞는 태양광발전 설비의 효율을 증대시킬 수 있는 시공기술의 확보와 유지운영기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향후 신재생 에너지의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만이 미래자원의 안정적인 확보와 지속적인 경제성장도 이룰 수 있다. 새로운 신재생 에너지와 녹색에너지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소한 문제라도 진지하게 현장 중심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전력피크 문제는 한국형 사계절 환경에 맞는 태양광발전 설비의 조속한 최적 시공기술 시스템 개발과 고가의 설비 투자에 따른 운전 이용률 향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전희종 숭실대 전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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