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서울의 사립 K고 신규 교사 채용시험. 영어교사 응시자 가운데는 당시 K고와 같은 재단에 속한 학교의 교장 A씨의 친인척이 포함돼 있었다. A교장은 응시자와 특수관계임에도 채용 과정에 면접관으로 참여했고, 해당 응시자는 최종 합격해 교사로 임용됐다.
사립학교법 시행령에 따르면 사립학교에서 신규 교사를 뽑을 때는 어떤 과목에서 몇 명을 선발할 것인지, 지원자격과 공개 전형 방법을 학교 교원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임면권자인 재단 이사장이 확정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K고는 교원인사위를 구성하지도 않았고, 구체적인 채용 계획도 확정하지 않은 채 교사 채용 과정을 진행했다. 특히 K고 교장은 A교장의 친인척이 시험에 응시하는 것을 알면서도 A교장을 면접에 참여시키는 등 채용 시험의 출제자와 채점자를 마음대로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21일 K고에 대한 감사를 벌여 채용시험 관리 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한 K고 교장과 친인척이 응시한 시험에 면접관으로 참여해 공정성을 훼손한 A교장에 대해 학교재단에 중징계(해임ㆍ파면ㆍ정직)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K고의 신규 교사 채용은 문제투성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4과목에서 교사 6명을 선발하기로 하고, 1차 필기시험에서 채용인원의 5배수를 뽑아 면접에 응시하도록 했으나 교장이 마음대로 절차를 변경해 10배수를 선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차 인ㆍ적성 시험과 3차 면접 시험을 거치면서 객관적 기준 없이 응시자의 순위가 뒤바뀐 사실도 드러났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응시자의 순위는 필기시험 성적 위주로 매겨지는데 필기시험 성적이 가장 나빴던 응시자가 2순위로 올라서는 등 순위가 변경된 경우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형 결과 최종 임용된 교사들은 필기시험 성적이 가장 좋았던 1순위자들이었지만 전형과정에선 불공정 사례들이 적잖게 발견됐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과목에선 필기시험, 인ㆍ적성 검사, 면접을 통해 임용 1,2순위자가 가려졌음에도 학교측이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교사 자격에 미달한다'는 모호한 이유로 해당 과목의 신규 교사를 1명도 채용하지 않아 문제로 지적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측의 입맛에 맞는 교사만 채용하겠다는 의도가 보였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2010년 교사 채용시 정규교사와 기간제 교사의 구분, 채용 인원 및 자격 기준 미달 등 합격자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아 신규 교사 채용 절차를 어긴 사립 D정보산업고에 대해서도 감사를 벌여 관련자 3명에 대해 경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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