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과 북아프리카지역에서 일고 있는 민주화 물결이 왕정국가 모로코에도 들이닥쳤다. 특히 시위 과정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극도의 혼란으로 치달을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로 모로코 동부지역 알 호세이마의 한 은행에서 불에 탄 시체 5구가 발견됐다고 모로코 내무장관이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인원만 120명에 달한다.
앞서 20일 모로코 수도 라바트 도심에서는 3,000여명이 왕권제한과 물가안정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북아프리카 최대 도시인 카사블랑카에서도 4,000여명이 거리로 나오는 등 20여개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노예를 위해 만들어진 헌법을 거부한다, 독재정치를 타도한다"는 구호를 부르짖었다. 모로코 시위 역시 페이스북에 '2월 20일 시위'를 예고하는 등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한 젊은 층이 주도하고 있다. 모로코 정부는 이날 국왕인 모하메드6세가 조만간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멘, 바레인 등에서도 반정부 시위로 인한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으나 시위규모는 줄어들었다.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은 20일 "오직 선거를 통해서만 물러날 것"이라며 중도 퇴진 거부의사를 명백히 했다. 이 가운데 아덴 시위 현장에서는 10대 1명이 경찰에 쏜 총에 맞아 숨지고 4명이 다쳤다고 시위대가 전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이날 1,000여명의 시위대에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강제해산하는 중 시위대 1명이 총격을 받아 숨졌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딸 파에제 하셰미는 반정부 시위대를 이끈 혐의로 보안군에 체포됐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재스민 혁명의 진원지인 튀니지는 벤 알리 대통령 축출 이후에도 과도정부를 이끄는 모하메드 간누치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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