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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자연자본주의' 친환경, 어렵고 비싸다 생각하지마라

입력
2011.02.18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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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자본주의/ 폴 호큰 등 지음·김명남 옮김/ 공존 발행·767쪽·3만5,000원

친환경이란 말은 이제 일상적으로 쓰이지만 여전히 비용이 많이 드는 난제로 여겨진다. 저명한 환경운동가이자 경영 컨설턴트(폴 호큰)와 에너지 전문가(에이머리 로빈스, 헌터 로빈스)인 저자들이 자본주의의 새 대안으로 주창한 자연자본주의(natural capitalism)는 그런 인식을 뿌리부터 흔들어 놓는다. 이들은 환경, 즉 자연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야 무너져가는 사회와 생태계를 복원하고 경제를 번영시킬 수 있음은 물론, 그런 일이 고비용의 난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자연자본주의는 자본의 개념을 재정의하는 데서 출발한다.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금융자본과 물적 자본(생산기반)뿐 아니라 자원과 생명 시스템, 생태계 서비스 같은 자연 자본과 노동 지능 문화를 아우르는 인적 자본까지 네 가지 형태의 자본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자연자본주의 네 가지 작동 원칙의 첫째는 자원 채취에서 최종 사용까지 단계마다 자원을 최대한 적게 사용해 자원의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둘째는 자정기능을 갖춘 생태계를 닮은 생물모방(biomimetic) 생산, 셋째는 규모의 경제가 아니라 물질을 덜 쓸수록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이익을 보는 해법의 경제다. 마지막 원칙은 자연의 생산성을 복원하고 높임으로써 생태계가 우리에게 더 많은 자원과 서비스를 제공하게 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생소하고 어려워 보이는 이런 원칙들이 경제활동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으며, 특히 기업들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인지 수많은 실례를 들어 설명한다. 이들은 1999년에 펴낸 책에서 효율이 3배 높고 기능은 전혀 뒤지지 않은 자동차의 등장을 예견했는데 이는 현실이 됐다. 나아가 "자연자본주의 메시지를 무시하는 기업은 제 무덤을 파는 것"이라는 이들의 말대로 친환경은 오늘날 기업 경영의 제1 화두가 됐다.

묵직한 두께에 내용 소화도 쉽지 않지만 사업의 미래를 고민하는 기업인은 물론, 더 나은 자본주의를 고대하는 사람이라면 필독을 권한다. 저자들은 발간 10주년 기념 서문에서 환경학자 도넬라 메도스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썼다. "우리에게는 더도 덜도 말고 딱 충분한 시간이 있다. 지금 당장 시작한다면."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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