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시위가 격화하자 미국은 이집트 때처럼 친미정권 유지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시위 발생 일주일이 다되도록 바레인 정부 지도자들에 대해 공식적인 비판을 자제하고 있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미국의 이런 반응은 바레인의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바레인은 걸프만과 아라비아해, 동아프리카 등 광대한 지역을 관할하는 미 해군 5함대와 패트리어트 지상 미사일 기지가 주둔하고 있는 미국의 핵심 전략 지역이다. 여기에다 중동의 맹주이자 미국의 최대 전략거점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인접해 있다. 시위가 자칫 사우디로 번질 경우 미국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들다. 바레인 정권은 수니파지만 국민 대다수는 이란과 같은 시아파라는 것도 부담이다. 시위로 정권이 무너지면 이란식 신정체제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바레인 시위의 원인이 민생고가 아니라 다수 시아파 국민의 소수 수니파 정권에 대한 불만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위키리크스의 전문 폭로에도 보듯, 바레인이 미국에 이란 군사공격을 촉구했다는 것은 이란 배후의 시아파 등장을 그만큼 우려하고 있다는 증거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바레인 사태 대응이 향후 중동전략의 방향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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