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 멜라니 조이 지음·노순옥 옮김/ 모멘토 발행·240쪽·1만2,000원
개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삼겹살은 거리낌 없이 먹는다. 미국의 기독교인들은 개고기라면 질겁하지만 쇠고기는 매우 즐긴다. 반면 인도의 힌두교인들이 쇠고기에 대해 보이는 반응은 미국인들이 개고기에 보이는 태도와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사람들은 이 책의 제목처럼 개 돼지 소 등 동물에 따라 각기 다른 태도와 생각을 갖고 있다. 이 책은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한다. 저자는 미국 메사추세츠대에서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자는 대학에서 매 학기마다 개와 돼지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을 실험했다. 몇 천명의 학생이 거쳐갔지만 결과는 거의 비슷하다. 대부분의 학생이 개는 좋아하거나 사랑하며 돼지는 역겹다고 느낀다. 자신과의 관계를 묘사하라고 하면 개는 친구이자 가족의 일원으로 느끼는 반면, 돼지는 식품으로 본다. 왜 그럴까. 학생들은 '원래 그런 것 아니냐'고 대답한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어떤 동물들은 도축장으로 보내고 어떤 동물에게는 아낌없는 사랑을 베푸는 데는 바로 이 '원래 그런 것'이라는 이 단순한 이유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개를 안고 스테이크를 먹으면서도 그 행위가 뜻하는 것을 모른다.
저자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배경으로 사람들이 깨닫지는 못하고 있지만 '육식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신념 체계를 갖고 있어 개와 돼지를 다르게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선 사람들은 동물을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으로 나눈다. 또 야생동물보다는 가축을 먹고, 육식동물이나 잡식동물보다는 초식동물을 먹는다. 돌고래처럼 지적이라고 생각하는 동물은 먹지 않지만 소나 닭처럼 영리하지 않아 보이는 동물은 먹는다. 그러나 실제로 고기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들 동물들 사이에는 별 차이가 없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구분이 사람들이 고기를 먹는 데 대한 불편함에서 놓여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사람들은 먹을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극소수 종의 동물들을 먹는 일에는 정서적,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신념 체계가 형성된 데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동물을 아끼고 그들이 고통받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 동물들의 고통을 느끼지 않기 위해 일종의 정신적 마비라는 방어기제를 동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쇠고기를 먹으면서 소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는 것은 우리의 생각을 우리 자신으로부터 은폐하는 것이다.""돼지고기를 먹으면서 우리가 떠올리는 것은 그 돼지다움(더러움 게으름)과 먹을 수 있다는 점뿐이다." 즉 일부 동물에 한해 사람들은 스스로를 무감각하게 만들어 심리적 불편을 덜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고기를 먹는 것은 정상이고, 자연스우며,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육식을 정당화하는 신화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정신적 마비 상태에서 벗어나 동물들과의 공감을 회복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사람과 동물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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