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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려난 금미호 기관장, 케냐 호텔서 추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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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려난 금미호 기관장, 케냐 호텔서 추락사

입력
2011.02.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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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금미305호 기관장 김용현(68)씨가 17일 오전 2시25분(현지시간) 케냐 몸바사의 C호텔 3층에서 추락해 숨졌다고 외교통상부가 밝혔다. 김씨는 124일 간의 억류생활에서 풀려난 지 8일 만에 이국 땅에서 허망한 죽음을 맞았다. 작년 3월부터 금미호에서 일해온 김씨는 지금까지 봉급을 거의 받지 못했다.

김씨는 이날 새벽 체류하던 이 호텔 객실 베란다에서 떨어진 직후 호텔 경비원에 의해 발견됐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사망 원인은 두개골 함몰로 밝혀졌다. 추락 당시 호텔 경비원은 “3층에서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린 뒤 ‘쿵’하는 소리가 나서 현장에 달려가 보니 김씨가 떨어져 있었다”며 “그때 호텔을 올려다보자 한 흑인 여성이 3층 베란다에 서 있었다”고 현지 경찰에 진술했다. 케냐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20대의 이 여성을 체포해 김씨와 만난 경위와 다툰 이유를 조사하고 있다. 케냐 경찰은 김씨가 우발적으로 살해됐거나, 실족사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도 “두 차례의 현장검증에서 유서 등 자살로 볼만한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을 배제했다.

지난해 10월9일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돼 억류 생활을 해온 김씨는 이달 9일 다른 선원 42명과 함께 석방됐고, 15일부터 몸바사에 머물러 왔다. 김씨는 석방 이후 가족과 통화하며 매우 감격해 했으며, 밝은 모습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 전날에는 현지에서 선박 대리점을 하는 김종규씨 집에서 선장 김대근씨와 함께 술자리를 가진 뒤 자정께 호텔로 돌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선장 김씨는 숨진 김씨에게 귀국하지 말고 현지에서 함께 조업을 계속하자고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장은 같은 호텔에 투숙했지만 다른 방을 썼다.

이태규 기자 tglee@hl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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