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감사원장 후보자는 도덕적으로 별 흠집이 없다는 점에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 국민권익위원장 당시의 재산신고에서 눈에 띌 만한 문제가 없었고, 학자 출신에 흔히 제기되는 논문 표절 등의 부적절 행위도 심각한 것은 없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는 정동기 후보자의 중도 하차를 경험한 청와대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크게 신경을 써가며 골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번 정 후보자 지명의 최대 문제점으로 정치적 중립성 손상을 지적했던 우리는 이번 선택에 대해서도 적잖은 우려를 느낀다. 양 후보자가 특별히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청와대가 여러 차례 지적에도 불구하고 인사 체질 문제를 전혀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째로 지적할 수 있는 문제가 야당이 벼르는 '보은 인사', 또는 '회전문 인사'다. 그는 2009년 8월 국민권익위원장 3년 임기 중 1년 5개월을 남기고 사퇴했다. 권익위 내부 문제에 책임을 졌다는 말이 있지만 그 정도로 중대한 내부 문제는 확인된 게 없다. 이 때문에, 그리고 곧바로 이재오 특임장관이 후임 위원장이 되어 정치적 재기의 기반을 닦았다는 점에서 그에게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 물러났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둘 중 어느 것이 진실이든 청와대의 양 후보자 선택은 합리성을 잃었다.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라면 대쪽 같은 엄정성이 요구되는 감사원장과 어울리기 어렵다. 또 정권의 뜻대로 순순히 자리에서 비켜날 정도로 자기주장이 약해서야 감사원장으로서의 줏대를 기대할 수 없다.
둘째는 그의 경력에서 나오는 직무 적합성 우려다. 헌법학자인 그는 권익보호가 핵심인 국민권익위원장은 몰라도, 회계ㆍ직무 감찰기관을 이끌 만한 전문성을 갖출 기회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두 문제에서 자유로운 인물이 있을 터인데도 이번 역시 가까이서 후보자를 찾은 청와대의 속 좁은 인선 잣대가 가장 큰 우려를 낳는다. 양 후보자는 적극적으로 귀를 열고 지혜를 빌려서라도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겠지만, 고질병으로 굳은 청와대의 인사 체질은 개선 기대를 품는 것조차 헛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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