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인들이 미 정치권에 정치헌금은 많이 내지만 제대로 이익은 못 찾고 있습니다. 1세대와 2세대간 징검다리 역할을 맡아 미 주류사회에서 한인들의 영향력을 높이겠습니다."
올 초 이민 1.5세대로는 처음으로 미 워싱턴지구한인연합회장에 취임한 최정범(49) 회장은 17일 "한인회를 친목단체에서 이익단체로 확실하게 자리매김시키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매년 9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축제(KORUS)' 협의를 위해 전날 서울을 찾았다.
1974년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온 최 회장은 "그 동안 이민 1세대가 한인회를 주도하면서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와 교육을 받은 1.5세대와 미국에서 태어난 2세대들은 한인회 참여가 힘들었다"며 "이로 인해 미국 사회에서 한인들의 발언권을 높이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1세대는 언어 문제 등을 극복하기 어려웠던 터.
최 회장은 올해 한인회의 최대 역점사업으로 지난해 부결됐던 '드림법안(Dream Act)'의 미 의회 가결을 꼽았다. "드림법안은 불법체류자의 자녀들에게 영주권을 주자는 겁니다. 현재 불법 체류신분인 부모를 둔 수많은 젊은이들이 미국을 떠나야 할 처지입니다." 비록 최 회장 자신은 미국에서 연 매출 2,000만 달러가 넘는 기업체를 소유한 기업가이지만, "불법체류자들의 자녀들을 구제하지 않고서는 한인들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백악관과 국무부 상무부 등 연방정부 건물 12곳의 구내식당을 경영하고 있다. 2008년 워싱턴포스트에 한 면에 걸쳐 소개되기도 했다.
최 회장의 목표가 꼭 한인들의 권익신장만은 아니다. 그는 "독도 지키기 역시 한인회의 역점 사업가운데 하나"라며 "워싱턴은 정치의 도시이기 때문에 워싱턴한인회도 한국 국익과 직결되는 현안에 대해 발벗고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포들과 함께 자신이 사는 몽고메리 카운티에서 사용되는 학교 교과서에 동해를 일본해와 병기하도록 한 바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해로만 표기돼 있었다. 그는 "미국 교과서의 3분의1정도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미 교육당국을 설득하고 학술대회도 개최해 최소한 동해와 병기 표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재외동포 참정권과 관련해서는 "현재 우리 정부의 법안대로라면 수십 만 명이 한 곳에 모여 투표를 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 불가능한 얘기"라며 "투표소를 확충하고 우편투표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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