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에 녹색운동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40대 후반의 나이가 됐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녹색운동을 잠시 내려놓고 스스로를 돌아보려 합니다."
국내 대표적인 환경시민단체 녹색연합의 최승국(46) 사무처장이 26일 임기가 종료돼 당분간 활동을 접는다. 그는 올해로 설립 20년째인 녹색연합 창단멤버로 국내 환경운동의 산증인이다. 17일 서울 성북동 녹색연합 사무실에서 짐 정리에 한창이던 그는 "녹색운동에 20년 청춘을 다 바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운동가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을 했던 최 처장은 1991년 녹색연합의 전신인 '푸른 한반도 되찾기 시민 모임'을 설립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세상을 바꿀 새로운 힘은 지역공동체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의식이 미미했던 터라 1994년 녹색연합이 발족하기까지 월급 한푼 없이 활동했다. "벌이가 없으니 결혼할 때 처가의 반대가 심했어요. 웬 놈팡이인가 싶었겠죠. 아내와 결혼하려고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위장취업까지 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녹색연합은 본부만 시민 회비와 후원금이 연 10여 억 원에 이르는 등 재정적으로 완전히 자립했다. 본부 소속 활동가 40여명도 평균 130만원의 적은 월급이지만 4대 보험을 보장받고 있다.
그가 몸담은 세월 동안 환경운동의 패러다임도 크게 변화했다. 초창기에는 낙동강 페놀 오염 사태, 난지도 정화 등 일반적인 환경문제가 주된 이슈였다면 1990년대 후반부터는 백두대간, 비무장지대 보존 등 자연생태계 보전 운동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최 처장은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시민단체에 시민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시민단체가 힘을 많이 잃은 게 사실"이라며 "특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4대강 사업 반대에 80% 이상의 에너지를 쏟고 있어 다른 의제를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최 처장은 그간 활동 중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것으로 동강댐과 내린천댐 백지화를 꼽았다. 그러나 그는 "울진~태백지역을 잇는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이 실패로 끝난 것은 안타깝다"며 "새만금 문제가 시급해 송전탑 반대 운동을 벌였던 주민들을 끝까지 돕지 못한 점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렸다"고 말했다.
최 처장은 이어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이 시민운동가로서 가장 힘든 활동이라고 전했다. 그는 "수질문제를 꾸준히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점을 먼저 지적하기 보다 정부의 지침에 대응하는 식에 그친 게 후회가 되고 아쉽다"고 말했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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