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등으로 구성된 정부합동조사단이 정밀 조사한 한강 상류의 주요 구제역 매몰지뿐 아니라, 경기, 인천, 경북, 충북 등 구제역 피해를 입은 지자체가 자체 조사한 결과, 상당수 매몰지가 부실하게 조성된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는 17일부터 이달 말까지 전국 구제역 매몰지 4,000여 곳을 전수조사할 예정이다.
경기도 매몰지 절반이 지반침하
경기도는 4~9일 도내 가축매몰지 1,844곳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시설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매몰지의 지반침하 현상이 나타나는 곳은 867곳(47%), 가스배출관을 추가 설치하거나 새로 설치해야 하는 곳이 535곳(29%), 배수로 및 저류조를 설치ㆍ보완해야하는 곳이 1,033곳(56%), 경사면에 만들어져 옹벽보강이 필요한 곳이 85곳(4.6%)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주민들의 상수원인 팔당호 주변 상수원보호구역과 수변구역에는 매몰지가 없었지만, 그 외곽의 특별대책구역 1ㆍ2권역에는 137곳의 매몰지가 조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시도 13~14일 서구와 강화군 등의 매몰지 64곳을 조사한 결과, 54곳이 부실한 매몰지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51곳은 배수로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았으며 3곳은 성토작업이 필요한 매몰지였다. 인천시는 지난달 관내 매몰지 232곳을 1차조사한 결과 성토부실 24곳, 가스배출관 보완 6곳, 경고표지판 미설치 51곳 등 235건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충남도는 12~13일 도내 매몰지 189곳을 점검한 결과, 28곳이 부실한 매몰지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12곳이 하천과 30m 이내에 조성됐으며, 경사지에 조성된 곳이 7곳이었다. 충북도도 매몰지 176곳을 조사한 결과 5곳이 차수벽 설치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전국 매몰지의 23%인 1,033곳의 매몰지가 조성된 경북도는 지난달 대단위 축산농가 인근 매몰지, 낙동강 상수원 인근 매몰지 등 89곳을 정밀 조사한 결과, 61곳이 부실매몰지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차 환경오염 얼마나 위험한가
부실한 구제역 매몰지 조성은 다양한 환경오염 후유증을 예고한다. 전문가들은 병원성 미생물이 포함된 침출수, 사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취, 동물사체가 분해될 때 발생하는 질소와 인 등의 하천유입으로 인한 수질오염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중 가장 우려되는 것이 병원성 미생물이다. 동물 내장에 존재하는 살모넬라균, 캄필로박터균 등은 지하수 등을 통해 퍼지는데 장티푸스, 장염, 식중독, 패혈증을 유발한다. 토양 속에 포자상태로 존재하다가 기온이 올라가고 동물사체 때문에 영양상태가 좋아지면 번식하는 바실러스균, 클로스트리듐 프린젠스균 등도 탄저병, 식중독을 불러일으키는 병균이다. 침출수 유출을 방지하는 차수벽 보강 등이 이뤄지고, 물을 끓여먹으면 비교적 안전하지만 그렇다고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오태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미생물유전체 활용기술개발사업단장은 “손대지 않은 사체를 통해서는 토양 속의 탄저균이나 바실러스균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결과도 있다”며 “그러나 매몰지가 붕괴돼, 병원성균이 공기 중에 노출될 경우 확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근화 제주대 의대교수는 “지하수에서 핏물이 섞여 나온다는 보고는 살모넬라균 같은 사체 내 미생물들이 지하수에 침투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런 균들은 수중에서 오래 살 수 있는 균들인 만큼 물은 반드시 132도 이상에서 3분 이상 끓여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하천수를 수돗물로 정수하는 과정에서 화학적ㆍ물리적으로 유해성 미생물들은 99% 제거된다”며 “침출수가 인체에 위협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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