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3주년(2월25일)을 앞두고 20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함께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을 오르고 오찬간담회도 가졌다. 기자들과 함께 산행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충정관에 진행된 간담회에서 "대통령 임기 5년이 산에 올라가서 정상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평지의 릴레이라고 생각한다"며 3주년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5년간 (평지에서) 뛰고 나면 그 다음 사람에게 바통을 딱 넘겨주는 것"이라며 "지금도, 앞으로도 나는 똑같은 속도로 최선을 다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현상 우려를 일축하면서 초심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산행 도중 '오르막과 내리막을 걸으면서 지지율 생각이 안 들었느냐'는 질문을 받고도 "내가 하는 일에 목표를 세우고 해야지, 그런 것(지지율)을 목표로 하면 포퓰리즘에 빠지고 일을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오르막 올라갔다가 내리막 내려오는 개념은 너무나 권력적 측면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라며 "나는 처음부터 권력을 써본 일도 없으니까 권력을 놓을 일도 없고 땅길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아이고 이런 나라 대통령이 뭐 해먹기 힘들다'는 생각이 없다"며 "대한민국이 정말 선진일류국가를 이룰 수 없더라도 기초는 어느 정도 닦아놓고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빨간 선글라스 쓰면 빨갛게 보이고 검정 선글라스 쓰면 검게 보인다"며 "모두 안경을 벗으면 같은 세상이 보인다"고 말했다. 정견과 편견에 구애되지 말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평가해달라는 주문이다.
앞서 산행에서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기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자리가 협소한 탓에 기자를 자신에 발등에 앉히면서는 "옛날 경호실 같으면 죽었다"고 말해 주변의 웃음을 터트렸다. 일반인 등산객을 만날 때에도 악수하고 기념 촬영을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3주년 기자회견을 사실상 대체한 기자간담회에서 지나치게 말을 아꼈다. 개헌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등산 갔다 와서 딱딱한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분위기에 안 맞는다"며 답변을 피했다. 질문도 4개 정도밖에 받지 않았다.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한 질문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아 "국정 현안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미흡한 간담회"였다는 비판도 나왔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