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발생 초기에 청와대가 농림수산식품부에 백신 접종을 지시했는지 여부를 둘러싼 여권 내 '진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가 농식품부에 백신 접종 이야기를 꺼냈는데, 농식품부가 '그러면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잃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쇠고기 20억원어치를 수출하려고 (살처분 비용) 3조원을 쏟아붓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이 발언은 여권 일부에서 제기되는 농식품부의 초기 대응 실패 책임론과 맥을 같이 한다.
반면 유정복 농식품부장관은 최근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구제역 초기에 백신 접종을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건 들어 본 바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대통령이 초기에 백신 접종을 하라고 하면 당연히 논의했을 게 아니냐" "농식품부에서 왜 백신 부작용을 크게 보고해 접종을 안 하려 했겠느냐" 등의 말로 농식품부 책임론을 반박했다.
두 사람의 말이 엇갈리는 이유는 뭘까.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대통령의 '의중'을 농식품부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주무 부처의 의견을 무시한 채 백신 접종을 직접 '지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직간접적인 경로로 살처분 이외의 다른 방법, 즉 백신 접종을 검토하라는 뜻을 전달했는데 농식품부가 수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 대통령이 '살처분이 아닌 다른 방법은 없겠느냐'는 취지의 언급을 수차례 한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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