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고객 성장성 한계"어윤대 회장 등 임원들 대기업 오너 방문 분주전담부서 신설 '파상공세'… 은행계 긴장 속 평가 갈려
어윤대(사진) KB금융지주 회장은 요즘 집무실을 자주 비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CEO)들을 직접 만나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어 회장은 올 초 이미 "국내 대기업들을 KB고객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상태.
KB금융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어 회장 뿐 아니라 계열사 임원들이 대기업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을 보내고 있다"며 "특히 어 회장은 대기업 고객유치 현황을 매일 체크할 정도"라고 말했다.
KB금융엔 지금 국민은행을 비롯, 전 계열사에 어 회장의 특명이 떨어졌다. '대기업을 유치하라'는 미션이다. 소매금융(개인금융)에는 최강자이지만 도매금융(기업금융)에는 최약자인 국민은행의 '불균형 체질'을 차제에 도ㆍ소매 양쪽 모두에 균형 잡힌 몸매로 바꿔보겠다는 것.
여기엔 명실상부한 리딩뱅크, 글로벌 은행으로 발돋움하려면 우리나라 대표적 서민은행으로 오랫동안 축적되어 온 국민은행의 '푼돈'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뜻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최다점포를 자랑하는 국민은행의 이 같은 시도에 기업금융에 강한 타 은행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파상 공세
현재 KB금융이 펼치는 대기업 영업은 가히 파상공세 수준이다. 우선 국민은행은 올 초 조직개편에서 국내 은행으론 처음으로 '대기업금융그룹' 부문을 별도 신설했고, 이 분야 전문가인 이찬근 전 하나IB증권사장을 부행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대기업 고객 유치 전략도 치밀하게 짜 놓았다. 단순히 대기업에 대출을 늘려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재래식 전략에서 벗어나,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여신 수신 외환 등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이 부행장은 "요즘 대기업은 돈이 많아서 예전처럼 은행에 돈 꾸러 다닐 필요가 없다"면서 "과거에 거래했던 은행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즈니스를 먼저 제안하는 은행과 거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폭발력 있을까
KB금융이 이처럼 대기업 영업에 전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지금의 고객구성이 지나치게 개인 및 소기업 위주로 짜여져 있기 때문. 국민은행이 총여신에서 대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8.1%에 불과한데 이는 기업금융의 전통적인 강자인 우리(11.0%), 외환은행(17.7%)은 물론 후발주자인 신한(9.9%) 하나(11.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개인고객 증가가 사실상 정체된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영업비용이 덜 들고 리스크가 적은 기업금융을 강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공세가 가시적 성과로 이어질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특정은행과 수십년간 거래 해 오며 특수관계를 만든 대기업이 단순히 서비스만 좋다고 국민은행 등 KB금융을 택할 지는 미지수라는 것.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신한이나 하나은행이 한 개의 대기업 고객을 주거래은행으로 유치하는 데만 최소 5~7년 이상이 걸렸고, 상당한 유치비용 들어야 했다"며 "초기에 강한 영업 드라이브로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둘지는 모르지만 기존 판도를 흔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개인금융에 오랫동안 익숙해 온 국민은행 직원들의 태도나 발상도 전환이 필요한 부분.
하지만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장 많은 영업네트워크, 가장 많은 인력을 가진 국민은행이 작정하고 대기업 영업에 나선다면 시장판도에 적잖은 변화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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