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전교조 평교사 출신 교장 탄생 '진통'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전교조 평교사 출신 교장 탄생 '진통'

입력
2011.02.16 17:33
0 0

교총 "교육감 코드인사 안된다" 전교조 "교과부 입맛에만 맞추나"

"교육감의 코드 인사가 교육현장 파탄 낸다." "교육과학기술부 입맛에 맞는 교장만 교장이냐."

1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후문 앞에서는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동시 시위를 벌였다. 시위 도중 같은 학교의 학부모들이 반으로 나뉘어 상대방을 향해 비난을 퍼부으면서 시위 열기는 과열양상까지 띠었다.

평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시행한 서울ㆍ경기ㆍ강원교육청에서 전교조 소속 평교사 출신 교장 후보자 4명이 선출되면서 안으로 곪아오던 교육현장의 분열과 갈등이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다.

교총은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이 자신들의 이념성향과 같은 전교조 출신 교장을 만들기 위해 공모절차를 무시했다"고 주장한다. 서울 상원초등학교의 경우 당초 공고한 자격조건을 수정하면서까지 특정 후보의 응모를 허용해 당선시켰다는 것이다. 또 서울 영림중학교는 학교심사위원회의 심사절차에 불만을 품고 3명이 사퇴하는 등 심사절차에 문제가 있었지만 이 역시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경기 상탄초의 경우는 학교 심사위원회가 결정한 1, 2순위를 고양교육지원청이 뒤바꿨으며, 강원 호반초의 경우 학교운영위 주관 1차 심사에서 응모자 1명만을 추천했는데 춘천교육지원청이 복수 추천을 강요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 전교조는 교총이 절차를 문제 삼는 것은 전술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교총이 작성한 '내부형 교장공모제 향후 활동계획'같은 내부문건을 볼 때 전국 6개 지역 진보교육감을 '좌파'로 몰아붙여 2010년 기준으로 전국 초중고 교장 1,274명중 87%를 독점하고 있는 교총이 기득권을 더욱 공고히 하려 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 2006년 이후 내부형 공모제를 통해 교장으로 임용된 전교조 출신 교사가 전국적으로 20여명에 이르자, 위기감을 느낀 교총이 "진보교육감과 전교조의 코드 맞추기"라는 색깔 공세를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한편, 서울ㆍ경기ㆍ강원교육청은 감사 결과 사소한 절차상 문제점이 있으나 당락을 뒤바꿀 만큼 중대한 문제는 아니며, 지원자격을 수정하거나 1, 2 순위 중 한 명을 선택하는 것은 교육감의 고유 권한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교장 임용과정에 직접적 연관이 없는 교과부가 그동안 절차적인 권한에 불과했던 '교장 임명제청권'을 들고나와 해당 4개 학교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현장 조사를 담당하는 교과부 관계자는 "일부 학교에서 절차상 문제점을 발견했다"며 "다음주 중으로 조사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교과부가 그 동안 체벌금지, 무상급식, 고교 평준화 등 6명 진보교육감의 정책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해왔기 때문에 교과부가 사상 처음으로 임명제청권을 끄집어내 이들 교장의 임용을 거부할 경우 또 한번 정치적 공방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교사단체 및 학부모들의 대립이 정부기관 간의 갈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전교조 출신 교장 선출에 참여했던 영림중 학부모들은 "교과부가 현장조사를 한다면서 심사위원 누구에게도 연락 한번 없었다"며 편파적 조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가톨릭대 교육학과 성기선 교수는 "이번 갈등의 본질은 교장 승진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온 후보들을 제치고 평교사를 단기간에 교장으로 임명하면서 정책의 예고성을 훼손했다는 것과 선거로 선출된 교육감이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한 교장을 임명할 수 있는 길이 막혀있다는 제도적 문제점이 충돌한 것"이라며 "양측의 불만을 모두 해소할 제도적 장치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