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태양전지의 핵심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든다. 이에 따라 한국 OCI, 미국 헴록, 독일 바커 등 ‘빅 3’ 업체가 전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기존 구도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KCC, 현대중공업, 웅진그룹 등 기존 업체는 물론 LG, 한화 등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인 기업들도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정밀화학은 15일 이사회를 열어 미국의 폴리실리콘, 웨이퍼 생산기업 MEMC와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삼성정밀화학과 MEMC가 50%씩 출자하는 합작법인은 삼성정밀화학의 울산사업장에 들어서며 연간 생산량 1만톤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2013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MEMC는 태양전지와 반도체 분야에서 50년 동안 실리콘 웨이퍼 기술의 개발을 이끌어 온 업체로, 미국과 유럽, 아시아에 연구개발(R&D) 및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차세대 고성능 반도체와 태양전지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MEMC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사업 진출에 필요한 R&D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여 후발주자의 단점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또 잉곳ㆍ웨이퍼(코닝정밀소재)-셀ㆍ모듈(전자ㆍSDI)-발전(물산ㆍ에버랜드)으로 이어지는 그룹 전체의 태양광 사업 전략도 탄력을 받게 됐다. MEMC로서는 아시아에서 급증하는 태양전지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 허브를 만들게 됐다는 점에서 두 회사 모두 ‘윈-윈’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삼성의 진출로 국내외 폴리실리콘 업체의 경쟁도 뜨거워 질 전망이다.
세계 2위의 OCI는 올해 10월까지 전북 군산 공장 신ㆍ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현재 연 2만7,000톤에서 세계 1위 헴록과 같은 수준인 3만5,000톤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KCC도 2012년까지 국내 생산량을 1만8,000톤까지 끌어올리는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에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한국실리콘도 생산규모를 3,200만톤에서 2012년 1만톤까지 늘릴 예정이다.
한화케미칼은 해외업체 인수합병(M&A)을 비롯해, 지난해 인수한 한화 솔라원(옛 솔라펀)의 자회사가 지닌 폴리실리콘 생산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자체 개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LG화학은 조만간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연간 생산량 1만톤 기준으로 투자비만 1조원 이상이 들고 이미 상위 3개사가 80%를 차지하는 독과점 구조임에도 많은 기업들이 폴리실리콘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그 만큼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태양광 시장은 한 때 움츠러 들었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 유럽, 중국 등 각국 정부의 태양광 육성 정책이 속도를 내면서 폴리실리콘은 공급 부족 사태를 걱정할 정도가 됐다. 현재 폴리실리콘 스폿(단기) 계약 물량 가격은 kg당 약 70달러 선. 지난해 4분기 한 때 90달러선에 육박 했을 때보다는 내려갔지만 2009년 4분기 평균 가격 54달러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5년 이상 장기계약 물량 값도 지난해 상반기 kg당 50달러 초반에서 60달러 선까지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태양광 시장이 전년대비 126% 증가할 만큼 폭발적으로 커졌고, 고유가 등과 맞물려 태양광 시장의 성장세는 계속 될 것”이라며 “폴리실리콘 부족 상황도 최소 1,2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실리콘= 다결정 실리콘으로 불리는 화합물로 태양전지 및 반도체용 웨이퍼의 핵심 소재이다. 규소에서 추출한 석영을 탄소화합물로 혼합 정제해 만든다. 폴리실리콘의 순도가 높을수록 높은 효율의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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