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1시 4대강 공사가 한창인 경북 의성군 단밀면 낙단보 마애불 앞. 대한불교 조계종 간부 스님과 불교 신도 500여명이 강바람을 맞으며 훼손된 마애불에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3시간이 꼬박 걸린 1,080배 정진법회 후 스님들의 입에서는 나지막한 불평이 터져 나왔다. "진정성이 없어요. 문화재 보호하는 시늉도 등 떠밀려서야 하니…."
문화재 당국에 대한 불교계와 주민들의 불신은 이랬다. 14일 낙단보 현장을 찾은 최광식 문화재청장은 매몰 가능성이 큰 낙단보의 또다른 마애불을 발굴하겠다고 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제2마애불이 상주~청송 간 912번 도로에 묻혔을 가능성이 커 발굴하려면 도로폐쇄에 따른 주민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고, 34㎞를 우회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군더더기를 붙였다. 발굴을 하겠다는 것인지, 못하겠다는 것인지 주민들은 헷갈린다는 반응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인상이 험한 제2마애불은 도로 밑이 아니라 이미 발견된 마애불 옆 제방에 있다. 의성군도 주민들이 지목한 지점의 위치와 사진을 이미 상부에 보고한 상태다. 이렇다 보니 주민들은 문화재청의 발굴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미 지난해 10월 마애불 현장조사에서 제2마애불 매장 가능성을 애써 외면한 적이 있다.
문화재청의 진정성에 의문이 드는 대목이 또 하나 있다. 마애불이 처음 발굴된 것은 지난해 10월 초인데 벌써 넉 달이 지나도록 문화재 등록을 위한 심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공사현장에서 문화재가 출토되는 것을 가장 무서워한다고 한다. 공사기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4대강 공사에서만은 문화재 당국이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것 같다.
김용태 정책사회부 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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