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위급 잇따라 "헌재 소임 다해… 대법 산하로"헌재는 강력 반발… 개헌 논의 맞물려 갈등 커질 듯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통합 논란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두 기관의 역할과 기능이 일부 중복되는 데 따라 최근 김황식 국무총리가 대법원과 헌재의 통합 필요성을 제기한 이후 이해당사자를 포함한 법조계가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퇴임식을 가진 이재홍 서울행정법원장은 "대법원과 헌재의 기능 중 상호충돌이 있고 중복된 부분은 어떤 형태로든 해소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대법원 산하에 헌법부를 신설해 헌재의 역할을 맡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과 헌재의 미묘한 갈등양상 속에 대법원이 헌재 기능을 흡수해야 한다는 입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 서울행정법원장은 "두 기관의 역할충돌이나 중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일처럼 헌법과 민사, 형사 등을 따로 맡는 조직을 독립적으로 세우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대법관 수도 각 부마다 9명씩 늘려 전문부 체제로 개편하면 사건 처리도 능률적이고 법원 역량도 커질 것"이라고 구체적인 안까지 제시했다. 대법원은 이용훈 대법원장을 포함해 총 14명의 전원합의체로 구성되어 있다.
앞서 대법원 고위관계자는 "헌재는 역사적 소임을 다했기 때문에 대법원과 통합해야 맞다"며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헌재가 국회에서 다수결의 원리에 의해 통과시킨 법률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삼권분리, 민주주의 원칙에 위반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사법기관인 헌재는 역사적으로 독재를 경험한 나라들만 있다. 사법부가 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불운한 과거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과거사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헌재를 없애는 게 맞다"며 대법원 흡수론을 주장했다.
이러한 대법원 쪽 분위기에 대해 이강국 헌재 소장은 "(통합은) 권위주의 시대로 역행하는 처사"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장은 법률이 헌법에 부합하는지 등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권한은 헌법재판의 영역으로 보고 헌재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헌재는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지명권도 민주적 정당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제도는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 3명씩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방식이다.
더욱이 대법원과 헌재의 갈등은 정치권의 개헌논의가 진행되면서 첨예화할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 관계자는 "두 기관의 통합 문제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상호충돌된 입장을 좁혀나가기 위한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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