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부부사이여야 하는가
통계청 발표를 보니 지난해 매일 189쌍이 결혼하고, 66쌍이 이혼했다는군요. 숫자만 놓고 보면 부부 3쌍 중 1쌍이 이혼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1년이면 30만 쌍 이상이 결혼을 하는데, 통계대로라면 해마다 10만 쌍이 넘는 이혼가정이 생겨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추세가 10, 20년 계속된다면 우리나라 전체가구 가운데 이혼가정은 셀 수도 없을 지경이 되겠지요. 이혼 급증은 사회에 어떤 식으로든 큰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합니다.
이혼이 많아지면서 재혼은 물론 삼혼, 사혼도 덩달아 늘고 있습니다. 흔해진 재혼이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재혼의 사각지대는 엄연합니다. 재혼이 힘든 경우, 상당수는 자녀 때문입니다. 특히 자녀가 둘 이상이면 대부분의 결혼정보회사는 아예 회원 가입조차 거부합니다. 자녀를 키우는 쪽이 책임감이 더 높을 확률이 높은데도 말이지요.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애 딸린…'라고 불리며 배우자로는 부적격한 상대로 치부됩니다. 당사자로서는 억울한 면도 있습니다.
이혼이건, 사별이건, 홀로 된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안색이 어둡다는 사실입니다. 본인들은 태연하려고 애를 쓰겠지만, 은연 중에 표가 나게 마련입니다. 짝이 있어야 할 나이에는 짝이 있어야 합니다. 상대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진리의 방증과도 같습니다.
불륜을 저지른 남자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인과는 오랫동안 부부관계가 없었습니다.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부인은 표정이 어둡지만, 불륜상대는 오히려 밝은 얼굴이 됩니다. 혼자 사는 것과 별개로 건강한 사람이라면 신체 사이클상 해소해야 할 것도 있습니다. 그것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고 쌓이면 심신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법입니다. 이런 제안을 하면 욕을 먹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재혼 희망자들에게 차선을 제시할까 합니다.
애가 딸려서 재혼이 어렵다면, 신세 타령만 하지 말고 우선은 배우자보다는 친구로서 이성을 만나보라는 것입니다. 자녀가 있는 비슷한 처지의 남녀끼리 좀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이지요. 자녀가 있는 사람은 쓸데없는 짓을 안 합니다. 두 사람의 안정적인 관계에 자녀가 확실한 담보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섹스파트너일 뿐이라고?
미혼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재혼에서도 결혼만이 남녀 간 만남의 결실인 것은 아닙니다. 사귀면서 정이 들고, 확신도 서면 재혼을 하는 것입니다. 재혼 결심부터 한 다음 이성을 사귀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면 교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을뿐더러 영영 혼자 살 수도 있습니다.
어느 40대 중반 여성은 남편과 사별 후 10여 년을 아이 둘을 키우다가 남성을 만나게 됐습니다. 두 사람 모두 외로움이 컸고, 그래서 서너번 만나면서부터 깊은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그러자 여성은 재혼을 떠올리기에 이르렀는데, 상대는 그럴 기색이 전혀 없자 초조해졌습니다.
어느 날 이 여성은 "나를 엔조이 상대로 만나는 거냐? 결혼 안 할 바에야 헤어지자"라고 요구했습니다. 남성은 "엔조이 상대로 생각한 적도 없고, 당분간은 재혼할 뜻도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헤어졌습니다. 여성은 재혼에 집착하다가 다시 혼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차라리 그 남성을 계속 만났더라면 외로움도 덜고, 성적인 욕구도 해소할 수 있었을텐데요.
저는 물론 결혼을 중시합니다. 하지만 결혼에 매달리지 않는 게 더 좋은 케이스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습니다. 조물주는 생물학적, 정신적으로 이성을 필요로 하게 만들어 놨습니다. 깊은 이성친구 관계는 욕구나 해소하는 가벼운 만남이 아닙니다. 오래 교제하다 보면 나중에 진정한 동반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 남녀본색
부부가 자식 때문에 산다는 것은 옛말이다. 자녀가 있는 부부의 이혼율도 가파른 상승세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이혼 남녀를 대상으로 출산 자녀수별 부정행위로 인한 이혼사유를 조사했다. 대상자는 2000~2009년 10년 동안 이혼한 남녀회원 중 분석 가능한 자료를 제공한 2478명이다.
전체 이혼 남녀를 출산 자녀수에 따라 '자녀 없음' '자녀 1명' '자녀 2명 이상'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살핀 결과, 부정행위를 이혼사유로 꼽은 응답자 비율은 '자녀 2명 이상' 그룹에서 가장 많았다(20.7%). 이어 자녀 1명 이상(18.7%), 자녀 없음(11.1%) 순이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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