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최고 스트라이커로 군림했던 호나우두(35ㆍ코린티안스)가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났다. 호나우두는 15일(이하 한국시간)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18년간 머물렀던 그라운드와 작별한다고 밝혔다.
부상과 싸우면서 힘겹게 버텨왔던 그는 작별을 고하는 순간 눈물을 참지 못했다. 호나우두는"은퇴 발표는 마치 죽음을 맞이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고통이 내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했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뛰고 싶지만 내 몸과의 싸움에서 패배했음을 인정할 때가 왔다"고 말하며 부상이 은퇴의 빌미가 됐다고 밝혔다.
절정기 때의 호나우두는 경기 당 한 골에 육박하는 놀라운 골 결정력을 과시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현란한 개인기까지 겸비해'사상 최고 스트라이커'라는 찬사를 받았다. 전성기는 1994년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에 입단하며 시작됐다. 데뷔 시즌 정규리그 33경기에서 30골을 터트리며 득점왕에 등극,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95~96 시즌 초반 무릎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다. 그러나 복귀 후 변함없는 폭발력을 과시했고, 96년 스페인 명문 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96~97 시즌은 호나우두 인생의 최정점이었다.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나선 49경기에서 47골을 작렬했고, 최연소 수상 기록을 세우며 96년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에 뽑혔다. 97년 인터 밀란(이탈리아)으로 이적한 후에도 상승세는 지속됐다. 97년 FIFA 올해의 선수와 발롱도르를 싹쓸이하며 세계 축구의 새로운 '지존' 탄생을 알렸다.
불운은 98년 시작됐다.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에서 브라질은 프랑스에 0-3의 굴욕적인 완패를 당했다. 경기 전날 발작을 일으킨 호나우두의 부진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99년 11월에는 무릎 십자 인대 파열이라는 날벼락을 맞았다. 그로부터 호나우두는 수술과 재활을 반복했다. 그라운드에 다시 설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했다.
호나우두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8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두 번째 월드컵 정상의 영예를 맛봤고 대회 종료 후 4,500만유로의 몸값에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이적,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듯 했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5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7년 얻은 갑상선 질환은 호나우두의 쇠락에 가속도를 붙였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더해 갑상선 이상으로 체중이 쉽게 늘어나 몸 관리에 애를 먹은 탓이다. 호나우두는 월드컵에 4차례 출전, 개인 통산 최다골인 15골을 기록했다.
호나우두는 병마와 싸우며 꿋꿋이 버텨왔지만 최근 팀 성적 부진과 맞물려 팬들의 비난이 집중되자 결국 은퇴를 선택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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