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물가 상승률 3% 목표치를 제시했지만, 달성 가능성은 낮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이후 줄곧 3%를 넘어섰고, 소비자물가에 앞서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4분기 5%를 기록했다.
진원지가 수요가 아닌 공급 쪽이기에 정부의 고민은 더욱 크다. 소비가 늘어 공급이 달리는 게 아니라, 유가가 오르고 채소 생산이 줄고 구제역 파동에 돼지고기나 우유 공급이 급감해서 생기는 문제다. 물가에 관한 한 요즘 경제부처의 분위기는 비장하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면 모든 게 다 무너진다"며 "성장도 물가가 안정되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걱정을 숨기지 않았다.
문제는 대응방식이다. 환율이나 금리 등 근본적 해법은 배제한 채, 개별 품목을 관리하는 미시적 대응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물가당국이 품목별 가격 변동률을 매일 확인하고 오른 품목을 찾아 찍어 누르는 식. 정부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품목(공공서비스 등)이 전체의 16%밖에 안 되다 보니, 필연적으로 민간기업 가격을 문제삼을 수밖에 없다. 경제부처 수장들이 연일 업계 쪽에 날을 세운 발언을 이어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개입에 따른 부작용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과도한 마진폭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사례도 있겠지만, 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나 국세청 조사를 피하려고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내리는 사례가 많다고 하소연한다. 임시변통으로 막아뒀던 가격 인상 압력이 나중에 한꺼번에 터져나올 가능성도 높다.
정부나 통화당국이 이제 와서야 물가를 잡으려고 나선 것이 만시지탄이라는 지적도 있다. 작년부터 상당수 전문가들이 물가상승 압력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았음에도, 적어도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 이전까지 물가는 정부의 우선 정책 목표가 아니었다. 높은 성장률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금리 동결을 압박했던 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는 지적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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