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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민주화 혁명 불길, 이란까지 삼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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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민주화 혁명 불길, 이란까지 삼키나

입력
2011.02.1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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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권 민주화 시위의 불길이 마침내 이란을 정조준했다. 2년 전 대선 부정 선거를 둘러싼 유혈 충돌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이란에서 14일(현지시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다시 격화하기 시작했다. 같은 아랍권이지만 이집트와는 상반된 정치적 배경과 국가운영 시스템을 갖춘 이란이 민주화 여정을 어떻게 이어갈지 주목된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이날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이스파한, 아와즈, 시라즈 등 이란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아자디광장을 중심으로 수만명이 운집한 테헤란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 1명이 사망했다고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이 전했다.

시위대는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란 구호를 외치며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1989년 이후 신정국가 이란에서 최고 권력자의 지위를 누려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국가 최고지도자까지도 타깃이 됐다. 일부 시위대는 "벤알리, 무바라크 다음에는 하메네이 당신이 떠날 차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 규모에 당황한 경찰과 군은 최루가스와 페인트볼을 쏘며 강경진압에 나섰고, 시위대도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는 등 물리적으로 맞서 사상자가 속출했다. 목격자들은 최소 3명이 총에 맞아 부상했다고 증언했다.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가 이끄는 개혁진영 웹사이트 칼레메도 "미확인 보도에 의하면 수백명의 시위대가 테헤란에서 체포됐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무사비 전 총리 등 주요 야당 인사들은 가택연금됐다. 시위 세력은 이란 혁명 32주년인 18일 또 한번의 대규모 시위를 예고해 놓고 있다.

이란 시위는 여러모로 2년 전 상황과 비교된다. 이란에서는 2009년 6월 한 달여간 계속된 시위로 최소 36명(정부 집계)이 숨졌다. 당시 시위의 도화선이 부정선거 규탄이었다면, 이번엔 인근 아랍국가들의 피플파워가 동력이 됐다. 아랍권 시민혁명의 힘을 확인한 미국도 이번 기회야말로 중동의 골칫거리 이란이 민주화를 이룰 적기라고 판단한 눈치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5일 "미국은 거리에 나선 이란 국민의 열망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 확산을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2년 전 사례에서 보듯, 혁명시위대를 위시한 군과 경찰의 감시ㆍ통제시스템이 확고하고, 이란 체제가 정치 위에 종교(이슬람 율법)가 군림하는 '신정국가'라는 점도 문제다. 이슬람이라는 기반 때문에 대통령을 퇴진시키기 보다는 아마디네자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종교적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를 물러가게 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 하메네이에게도 민주화에 따른 정부 전복은 결코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미국내 이란계미국인협의회 회장인 트리타 파르시는 "이집트와 튀니지에선 독재자 한 사람만 축출하면 됐지만 이란의 경우 거쳐야 할 단계가 몇 가지 더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바레인 수도 마니마에서도 14일 시아파 무슬림이 주축이 된 반정부 시위로 1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쳤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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