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담배제조사인 KT&G의 손을 들어준 데 대해 원고와 KT&G 측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원고 측인 폐암 환자와 가족들은 법원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들은 선고 직후 "재판부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도외시하고 거대 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실망을 표했다. 원고 측 변호를 담당한 배금자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세계적 흐름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감안하지 않은 채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줬다"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을 지원한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KT&G에 계속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홍관 회장은 "흡연 피해자가 패소함으로써 법원이 KT&G의 무분별한 판촉 행위에 면죄부를 제공했다"며 "이번 판결은 '살인을 해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와 같다"고 말했다.
반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한 KT&G는 법원 판결을 반겼다. 다만 "역학적 인과관계만으로 개별 흡연자들의 폐암과 흡연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주장했다. KT&G는 또 폐암의 원인을 특정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특정 환자가 폐암에 걸렸다고 해서 그 원인을 모두 흡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는 직장인 길모(35)씨는 "흡연과 폐암 사이의 역학적인 관련성은 인정하면서도 흡연자들의 폐암이 담배 때문에 생겼다고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흡연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에게 '담배는 피워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흡연자 중에서는 법원 판결을 수긍하는 시민도 있었다. 12년째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애연가 안모(33)씨는 "칼에 찔려 죽었다고 칼을 만든 사람을 비난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인데, 흡연자가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외부에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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