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각군 본부가 위치한 계룡대의 군악대를 육군 위주로 무리하게 통합하자 해ㆍ공군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각군의 특성을 무시한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국방부는 올해 1월1일부터 계룡대 근무지원단의 육ㆍ해ㆍ공 각군 군악대대를 군악대로 직급을 낮추고 그 위에 통합 군악대대를 신설했다. 지난해 국방부의 조직진단에 따라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면서 초대 대대장에 육군 중령을 보임했다. 따라서 해ㆍ공군 군악대도 모든 대내외 활동에 앞서 육군 대대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계룡대 군악대는 올해 총원에서 병사 15명이 줄어 육군 90명, 해군 56명, 공군 57명으로 구성돼 있다.
군악대는 부대원의 사기를 높여 전투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만든 특수조직으로, 계룡대 군악대는 1998년 창설된 이래 각군이 독립적으로 운영해 왔다. 육ㆍ해ㆍ공군이 창군 이래 각자 쌓아온 전통과 구성원들의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군가만 해도 육군가, 해군가, 공군가는 있지만 국군가는 없다. 이에 해ㆍ공군 지휘부는 논의과정에서 "대체 누구를 위한 군악대 통합이냐"고 불만을 터뜨렸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군악대를 각군이 별도로 운영하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해ㆍ공군의 경우 계룡대 군악대는 예하부대에서 열리는 행사를 지원하는 것이 주된 임무다. 육군은 사단급 이상 부대에 40여개의 군악대를 갖고 있어 자체 동원이 가능하지만 해군은 5개, 공군은 2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해군 군악대는 매년 석 달여간 진행되는 사관생도의 해외순방과 전국 순회연주회에 도맡아 참여하고, 공군은 연 500~600회의 연주회를 열고 있다.
군악대는 군사외교의 첨병이기도 하다. 군 관계자는 "일본의 해상 자위대 군악대나 미국의 유명 공군 군악대인 '탑스 인 블루'가 육군의 지휘를 받아 활동한다면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말했다.
효율성을 앞세운 국방부의 일방주의적 발상은 이번만이 아니다. 군 지휘부의 잦은 근무지 이탈을 줄이고자 다음 달 초에 육ㆍ해ㆍ공군 장교 임관식을 통합해서 열기로 하면서 각군의 전통과 특성은 무시됐다. 또한 임관 당사자와 가족들은 각군에서 주관하는 졸업식에 이어 국방부의 통합임관식에 참석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게 됐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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