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화냐 진화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전날 과학비즈니스벨트 논란에 대해 "대통령이 약속한 것인데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하면 책임도 대통령이 지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17일 한나라당 안팎에선 작지 않은 술렁임이 있었다.
과학벨트 논란이 박 전 대표의 발언으로 '제2의 세종시'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섞인 파장이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해 이번 사안이 제2의 세종시로 비화할 것 같지는 않다. 논란의 구조가 세종시 때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의 원안을 이명박 대통령이 수정안으로 뒤집으려 했던 세종시와 달리 '과학벨트 충청 유치'는 순전히 이 대통령의 공약이다. 또 과학벨트추진위의 입지 선정 절차만 남아 있어 국회에서 표 대결이 벌어질 일도 아니다. 또 친이계와 친박계 모두 자제하려는 기류가 강해 이 문제로 계파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은 적다.
친박계 의원들은 이날 '원론적 얘기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 '책임'이라는 말 때문에 오해가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누구를 비판한 게 아니다"며 "대통령과 정부에 결정 권한이 있는 만큼 대통령 책임하에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구상찬 의원도 "원론적 얘기이지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나 비판이 아니다"고 말했다.
친이계 의원들도 "이번 사안이 싸움으로 비화할 일은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영우 의원은 "대통령을 겨냥한 게 아니라 지극히 원론적 차원의 언급으로 보인다"며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권택기 의원은 "대통령의 책임을 얘기한 대목은 너무 나간 것 같다"며 "서로 싸우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발언은 과학벨트 유치를 둘러싸고 경쟁하는 지역들의 민심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 출신 정치인들은 과학벨트의 충청권 유치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고, 대구∙경북권과 호남권의 상당수 정치인들은 과학벨트를 자신들의 선거구로 유치할 수 있기를 바라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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