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으로 매몰 처리된 돼지 사체가 부패과정에서 풍선처럼 팽창해 땅 밖으로 튀어 나오는 사례가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또 한강 상류의 주요 구제역 가축 매몰지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부실 매몰지인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경기 이천시에 따르면 지난 1일 돼지 2,000마리를 매립한 호법면 A농장 매몰지에서 돼지 사체가 돌출해 4일 다시 매립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매립지에서 또다시 돼지 5~6마리가 매립지 밖으로 튀어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7일에도 돼지 4,300마리를 매립한 이천시 모가면 소가리 B농장 매립지에서도 나흘 뒤인 21일 돼지 사체가 돌출됐다. 시는 다음 날 사후처리반을 동원해 돼지 사체를 다시 매몰하고 침출수 배수관도 보강했다. 지금까지 이러한 현상이 발견된 곳은 이천시 율면 월포리, 설성면 장능리 등 모두 6곳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돼지 사체가 부패하는 과정에서 위에 남아 있던 음식물이 썩어 가스가 차면서 생긴 현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대형 초식동물인 소의 경우, 위장 내 가스 발생을 예상해 살처분 때 배를 낫으로 찔러 가스를 빼낸 뒤 매립하고 있으나 돼지의 경우 대부분 전기로 살처분한 뒤 매립하고 있다.
한편 환경부는 17일 한강상수원의 상류로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된 경기, 강원, 충북지역의 매몰지 99곳 가운데 83곳을 정부합동조사단이 현장 조사한 결과, 27곳이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나머지 16곳은 현재 진행중인 방역이 끝난 뒤 조사하기로 했다. 조사대상 매몰지는 해당 지자체들이 1차로 조사한 2,926개의 매몰지 중 한강 상류와 인접해 있고 보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뒤 정밀조사를 요청한 곳이다.
부실매몰지는 강원 춘천시 동면(5곳), 경기 양평군 개군면(4곳), 충북 괴산군 사리면(2곳) 등에 산재해 있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이천=강주형기자 cub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