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뛰어넘는 흥행몰이다. 설 연휴 극장가 다크호스로 꼽혔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감독 김석윤)이 지난 주말 350만 관객을 넘어서며 주말 박스오피스 3주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27일 개봉해 13일까지 모은 관객이 358만1,417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 설 연휴 흥행대전에서도 1위에 오른 이 영화는 이번 주말 400만 고지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런 추세면 1분기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
김명민과 오달수를 내세운 퓨전사극 '조선명탐정'은 탐정물을 표방하고 있다. 원작으로 삼은 소설 (작가 김탁환)도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인의 죽음 뒤에 감춰진 비밀을 파고든다. 핏빛 어린 음산한 기운이 스크린을 지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영화는 밝디 밝다. 왕의 밀명을 받든 명탐정(김명민)이 공납비리를 수사하면서 모반을 꿈꾸는 무리에 맞서는 과정을 웃음으로 포장했다. 탐정물인데도 예리한 추리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진 구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주인공이 어떻게 살아 돌아오는지, 오라를 받은 등장인물이 어떻게 쉬 풀려났는지를 제대로 설명 못하는 등 개연성도 부족하다. 충무로에서 흥행을 쉬 예감하지 못한 이유다.
'조선명탐정'을 흥행으로 이끈 것은 맥락 없는 웃음이다. 느슨한 극 전개와 개연성 부족, 추리의 실종은 웃음으로 보충됐다. 명탐정이 "찌찌뽕"을 외치고, 지방 관리와 저음 대결을 벌이는 장면 등이 극 전개와 무관하게 펼쳐지며 관객들을 즐겁게 만든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일단 추리사극임을 내세워 흥미를 유발하고선 극은 유쾌하고 발랄하게 이끈 점이 관객 동원 효과를 본듯하다"고 분석했다.
각 장면이 독립적인 에피소드처럼 관객에게 웃음을 주려 한다는 점 때문에 충무로에선 "개그콘서트식 유머가 통했다"는 말도 나온다. 우연의 일치일까. 시트콤 '달려라 울 엄마'와 '올드미스 다이어리' 등을 거쳐 영화계에 입문한 김석윤 감독은 KBS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 PD 출신이다. '조선명탐정'의 홍보대행사 딜라이트의 장보경 실장은 "이야기가 좀 흠이 있어도 몇 장면은 확실히 통쾌하게 웃기니 관객들이 좋아하는 듯하다"며 "김명민의 코믹 연기 변신, 김명민과 오달수의 앙상블도 관객과 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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