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폭탄이 14일 영남지방도 강타했다.
2월 강설로는 17년 만의 최대 폭설이 내린 대구ㆍ경북지역은 곳곳에서 교통이 마비돼 출근 전쟁이 빚어지고, 학교가 무더기로 휴업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갑작스런 폭설은 이면도로는 물론이고 간선도로까지 마비시켰다. 폭설로 이날 대구 팔공산 순환도로와 달성, 청도 등 대구ㆍ경북지역 20여 주요 도로가 통제됐다. 오전 5시께 대구 수성구 가천동 범안로 고가도로 아래를 지나던 1톤 화물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가로등과 충돌하는 등 평소보다 훨씬 많은 하루 200여 건의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대구시는 오전 4시30분께부터 긴급 제설작업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동대구로와 달구벌대로 등은 1차 제설작업이 이뤄졌음에도 빙판이 돼 차량이 서행했고, 이면도로는 거의 제설이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구시내 중심가는 평소보다 교통량이 오히려 줄었다.
출근 시민들이 지하철로 몰리면서 오전 9시까지 지하철 이용 승객이 9만4,018명으로 1주일 전 같은 시간대보다 50% 이상 급증했다.
회사원 김모(45ㆍ대구 동구)씨는 "시 외곽은 제설작업이 거의 안 돼 아침에 아이를 먼저 등교시킨 뒤 차를 길가에 세워두고 시내버스가 오는 곳까지 2㎞이상 걸어서 출근했다"고 말했다. 눈길로 대구시청 통근버스가 평소보다 1시간 늦은 오전 9시30분에 도착하는 등 무더기 지각 사태가 빚어졌다.
항공편 결항도 잇달아 오전 6시50분 대구발 인천행 대한항공, 7시40분발 제주행 아시아나항공, 10시발 제주행 대한항공 등이 연거푸 결항했다.
학교도 문을 닫았다. 이날 경북지역 36개교가 휴업하는 등 도내 71개 초중고교가 휴업 또는 단축수업을 했고, 98개 유치원도 하루 문을 닫았다.
울진에서는 11일부터 내린 눈으로 23억원을 들여 조성한 2㏊ 규모의 파프리카 재배단지 등 100여 동의 비닐하우스와 60여 동의 축사가 붕괴돼 경제적 피해도 많았다. 소형선박 세 척도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침몰했다.
올해 들어 첫 대설주의보가 내린 부산도 교통사고와 낙상 사고, 학교 휴업, 항공기 결항 등의 눈 피해가 발생했다. 산성도로 10㎞ 구간과 동서고가로 등 도로 20여 개가 통제되면서 시내가 온종일 극심한 교통체증에 몸살을 앓았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하역기지인 부산항 신선대 터미널은 폭설 탓에 컨테이너 반입량이 평소의 절반으로 줄었다. 항만 관계자는 "하루 평균 4,000개 정도의 컨테이너(6m짜리 기준)를 처리했지만 폭설로 처리량이 절반 가량 감소했다"고 말했다.
부산항 부두 야적장은 종일 내린 눈 때문에 하역작업에 차질이 빚어졌다. 쌓인 눈으로 인해 컨테이너 번호를 확인할 수 없어 트레일러 기사들까지 동원돼 일일이 번호를 확인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폭설로 대저초등학교 등 6개 초등학교가 휴업하고, 143개 초등학교가 학교장 재량으로 단축수업을 했다. 김해공항도 주변 운고(구름 높이)가 낮아 오후 4시 현재 80여 편이 결항되고, 40여 편의 출발과 도착이 지연되는 등 항공기 운항이 온종일 차질을 빚었다.
11, 12일 이틀간 최고 1m가 넘는 눈 폭탄을 맞은 강원 동해안은 이날 또 내린 눈으로 제설 및 복구작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영동선과 태백선의 강릉~태백역, 강릉~철암역 구간 열차운행이 철로에 쌓인 눈으로 인해 이날 오후 4시부터 제설작업이 끝날 때까지 중지됐고, 강릉~삼척을 운행하는 바다열차도 17일까지 운행을 중지한다고 코레일이 밝혔다. 이 지역 우편물 배달도 상당기간 지연이 불가피하게 됐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부산=강성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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