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구제역 최초 발생지인 경북 안동의 구제역 바이러스는 베트남에서 유입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 이춘석 대변인이 14일 "영국 구제역 국제표준연구소(IAH)의 안동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 보고서를 보면 안동 바이러스는 지난해 홍콩과 러시아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와 99%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홍콩ㆍ러시아 바이러스는 태국과 말레이시아의 바이러스와 99% 일치하는 것으로 베트남 바이러스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지금까지 베트남에 여행을 다녀온 농민이 방역을 소홀히 해 전국에 구제역이 창궐한 것처럼 책임을 농민에게 떠넘겨 왔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부는 안동 바이러스 분석 결과 2009년 베트남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와 98.5% 일치하고, 안동의 한 양돈 농가 농장주가 11월 초 베트남을 여행한 사실에 근거해 베트남에서 유입한 것으로 봐왔다.
이 대변인은 또 "2010년 베트남 바이러스는 오히려 태국 말레이시아 라오스 등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와 가장 가깝다"며 2009년 자료를 비교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파문이 일자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이 대변인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주이석 질병방역부장은 "전체 639개 염기서열 중 홍콩 러시아 바이러스는 6개, 7개가 다르고 베트남 바이러스는 9개가 상이하다"며 "이 정도의 미세한 차이가 발생 지역을 구분할 정도로 유의미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첫 안동 바이러스와도 3, 4개가 다를 정도로 바이러스는 계속 조금씩 변한다"고 덧붙였다.
주 부장은 이어 "유전자 일치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나 베트남 홍콩 러시아 바이러스 모두 98년 미얀마에서 발생한 바이러스(Mya-98)에서 분화한 것이라 결국 같은 계열"이라고 말했다.
주 부장은 2009년 베트남 바이러스 자료와 비교한 것에 대해서도 "국제기구에 공식 등재되지 않아 미국 국립생화학정보센터에 등재된 2009년 베트남 바이러스를 비교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역원은 유전자 일치율이 높다 하더라도 역학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 부장은 "홍콩 러시아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11월 초 농장 주인이 구제역 상시 발생국인 베트남을 다녀왔고 ▦입국 후 소독을 하지 않았으며 ▦바이러스 잠복기간 등을 감안하면 해당 농장주의 베트남 방문 시기와 바이러스 유입 시점이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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