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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아덴만의 여명' 영화 제작 속전속결만 능사일까?

입력
2011.02.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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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우간다의 수도가 엔테베인 줄 알았다. 우간다가 오래도록 독재자 이디 아민 또는 엔테베 공항과 함께 곧잘 언급됐기 때문일 것이다. 몇 년 전에야 우간다의 수도가 캄팔라인 사실을 알았다. 한국의 수도를 김포 또는 인천으로, 일본의 수도를 나리타나 하네다로 간주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큰 착각을 해온 스스로가 조금은 부끄러웠다.

엔테베 공항은 1976년 이곳에서 벌어진 이스라엘 특공대의 아주 특별한 작전 때문에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다. 이스라엘 특공대가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에 의해 납치된 비행기 승객 106명 대부분을 구출한 이 작전은 ‘우간다는 엔테베 공항’이라는 등식을 성립시켰다.

한국형 엔테베 작전이라 불리는 아덴만의 여명 작전이 영화로 만들어진다. 형식은 논픽션이며 내년 2월 개봉이 목표다. 제작비 200억원이 쓰일 예정이다. 제작사 크리스마스엔터테인먼트 김영대 대표는 “국민들이 큰 감동과 자긍심을 느끼게 할 수 있을 것”라고 희망했다.

엔테베 작전도 두 차례에 걸쳐 스크린에 옮겨졌다. 1976년 커크 더글러스와 버트 랭카스터가 출연한 ‘Victory at Entebbe’와 찰스 브론슨 주연의 ‘Raid on Entebbe’가 경쟁적으로 만들어졌는데 한국에선 두 편 다 ‘엔테베 특공작전’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적인 사건이 발생한 해에 바로 영화를 두 편이나 만들어 그 해에 개봉한 할리우드의 발 빠른 상술이 놀랍다. 스튜디오 시스템이 절정기에 올랐을 땐 분업화와 규격화를 무기로 단 하루 만에 영화 한 편을 뚝딱 만든 적도 있는 할리우드의 저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가 될만한 극적인 일에 촉수를 세우는 게 영화인이다. 엔테베 작전과 비교되는 아덴만의 여명 작전의 영화화 추진이 그리 낯설지 않고 큰 반감이 안 드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제작비 200억원짜리 대형 기획이 일사천리로 발표되고 진행되는 게 달갑지 않다. 지난달 21일 작전 성공 뒤 19일만에 영화화 발표가 이뤄졌으니 빨라도 참 빠르다. 충무로에선 제작비 100억원이 넘는 영화는 블록버스터 취급을 한다. 200억원이면 1,000만 관객을 모은 ‘괴물’과 ‘해운대’의 제작비를 합친 액수에 버금간다. 영화화까진 지켜봐야겠지만 출발부터가 미덥지 않다.

두 편의 ‘엔테베 특공작전’은 당초 TV 방송용으로 만들어졌다가 극장 개봉이 이뤄졌다. 제 아무리 할리우드라도 1년이란 짧은 시간에 엔테베 작전을 블록버스터로 만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영화 제작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느리지만 치밀한 기획이 관객들의 마음을 얻는다.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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