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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이런 정부를 어찌 믿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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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이런 정부를 어찌 믿을까

입력
2011.02.1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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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2009년 말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최초로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 건설사업을 수주한 흥분이 채 가시지 않던 지난해 이맘때의 일이다. 원전 수출경험이 전혀 없던 우리가 원전 4기 건설과 운용 등 모두 400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을, 그것도 프랑스 미국 등 원전 강대국과 경쟁해 역전승을 거둔 뒷 얘기,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장사꾼적 기질이 다시 평가 받던 즈음이다. 계약서에 서명한 한전사장이 "UAE가 전액 부담하는 턴키베이스로 10년 만에 200억달러를 버는 사업"이라고 말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UAE원전 국민부담 조건 '쉬쉬'

이를 계기로 한국이 공 들여온 터키 요르단 등의 원전 수주 가능성도 한층 밝아졌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정부는 한 술 더 떠 2030년까지 430기, 1조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신규 원전시장의 20%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히 떠벌렸다. 미국에 의존해온 원전 설계코드와 원자로 냉각재 펌프, 제어계측장치 등 핵심 기술을 국산화해 95% 수준의 기술자립도를 100%로 끌어올린다는 로드맵도 나와 말 그대로'원전 르네상스'시대가 코앞에 닥친 듯했다.

그런데 어떤 사석에서 '기술력 외교력 협상력 등 우리의 국력을 총동원해 상대의 감성적 고리를 잘 공략해 얻은 쾌거'라며 수주 막전막후를 열띠게 소개하던 고위 정부당국자가 돌연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솔직히 이 대통령의 막판 역할이 너무 부각돼 당혹스럽다. 마치 UAE왕실과 담판해 수주한 것처럼 비치니 경쟁국들은 '다른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우리 방식과 전략이 너무 노출된 것도 문제다. 한국이 원전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하니 미국 등의 경계심이 높아져 벌써 핵심기술 이전을 꺼리는 표정이다."

1년이 지난 지금 그의 우려는 현실화했고 청와대와 정부는 머쓱해졌다. 요르단과 터키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은 우리의 전략을 역이용한 프랑스와 일본 등에 밀렸고 동남아 쪽에서도 이렇다 할 만한 러브콜이 없다. 핵심기술의 자립화가 어느 정도 진전됐는지도 얘기가 없다. 되레'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조건'이라던 UAE 사업은 기공도 못한 채 잡음만 요란하다. 특전사 파병 문제가 돌출돼 한동안 논란을 빚더니 한국이 총공사비의 절반인 100억달러를 수출입은행을 통해 28년 동안 빌려주기로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서다.

정부는 "파병은 교육훈련 지원 등 군사교류 차원이고, 공사비 제공은 플랜트 국제입찰 때 따라붙는 관례"라며 행정재량권에 속하는 관례적 사안이어서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강변한다. 사실 한국 원전기술의 우수성을 공인 받는 첫 수출 기회를 잡아 원전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조건도 제시할 수 있고 협상전략상 비공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의 두 사안처럼 국민에게 명백히 부담을 지우는 내용은 사후에라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부는 UAE와의 계약체결 직후 국내외에서 관련 의혹이 제기될 때 부대조건이나 이면계약의 존재를 일체 부인했다. 그 빈 자리는 이 대통령의 '부르튼 입술'등 자화자찬으로 메웠다.

청구서는 1년 뒤 날아왔다. 그나마 파병동의안은 날치기로 처리됐으나 100억달러 조달을 위해 수출입은행의 자본금을 대폭 늘리고 이슬람채권에 세제혜택을 주는 문제는 지금부터 풀어야 한다. 우리가 향후 브라질 고속철 등 대형 국제 프로젝트 입찰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이 조건은 필요하고 국민의 동의를 끌어낼 근거도 충분하다.

대통령 홍보 급급, 국정불신 자초

그런데 일의 순서를 바꿔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 정부가 되레 국익 운운하며 큰 소리다. 단군 이래 최대사업을 수주하다 보니 말이 좀 달라졌지만, 그게 뭔 큰일이냐는 투다. 최근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용태를 둘러싼 논란까지 이 정부의 행태는 매번 이런 식이다. 일의 내용과 결과보다 대통령의 지도와 지휘가 더 중요한 까닭에 언행은 가볍고 요령부득이다. 최근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외부용역으로 대통령 지지율과 바닥민심의 불일치를 사회심리학적으로 연구했다고 한다. 국민들은 다 아는 답을 굳이 돈 들여 찾는 그 행태가 바로 해답인데도 말이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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