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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전 국민이 오디션만 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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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전 국민이 오디션만 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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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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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6%대 시청률로 고전해온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간판을 ‘일밤’으로 바꾸고 내용도 확 바꾼다. 이달 말이나 3월 초 선보일 새 코너들의 키워드는 ‘오디션’. 1부 ‘신입사원’은 이미 알려진 대로 아나운서를 오디션으로 뽑는 내용이고, 2부 ‘나는 가수다’는 기존 가수들이 출연하지만 오디션 요소를 가미한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된다. ‘양심냉장고’ ‘느낌표’ 등을 통해 공익과 감동을 추구하며 MBC 간판 예능의 명맥을 이어온 ‘일밤’의 대변신은 TV를 휩쓸고 있는 오디션 열기를 실감케 한다.

버라이어티 밀어내는 오디션 열풍

음악채널 M.net의 ‘슈퍼스타K’ 대성공 이후 오디션 프로그램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MBC는 지난해 말 시사교양 프로그램 ‘W’를 폐지한 자리에 ‘슈퍼스타K’와 유사한 ‘위대한 탄생’을 신설했고, SBS는 신인 연기자를 뽑는 ‘기적의 오디션’을 하반기 방송할 예정이다. 케이블채널 tvN은 영국의 ‘브리튼즈 갓 탤런트’ 포맷을 사들여 상반기 ‘코리아 갓 탤런트’를 선보인다. MBC는 ‘일밤’의 아나운서 오디션이 인기를 얻을 경우 예능 PD까지 오디션으로 뽑는다는 계획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예능의 대세로 군림해온 리얼 버라이어티를 대체할 재목으로 점쳐진다. MBC ‘무한도전’이 원조인 리얼 버라이어티는 연예인 고정멤버들이 미션을 수행하는 형식으로 일단 마니아층이 형성되면 장기 흥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폐지되는 ‘일밤’의 ‘오늘을 즐겨라’ 등처럼 초반 캐릭터 구축과 눈길잡기에 실패하면 만회가 쉽지 않고, 고정 멤버의 이탈이 프로그램 전체를 흔들 수 있다.

반면 오디션 프로그램은 다양한 이력의 일반인들이 참여해 스토리텔링의 폭넓은 변주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연예인들이 겹치기 출연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와 달리 오디션 프로그램은 일반인들의 사연을 담아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기에 좋다”면서 “특히 무대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리얼 버라이어티보다 ‘리얼’이 더 강화된 형태”라고 평했다.

사생활 침해, 사행성 조장 등 우려도

‘오디션 공화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본격 오디션이나 이를 가미한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쏟아지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가장 큰 문제는 사생활 침해 우려. ‘슈퍼스타K’는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오디션 무대에 참가자들의 구구절절한 이력을 버무려 폭발적인 인기를 견인했지만, 사생활을 둘러싼 일부 네티즌의 과도한 ‘뒷담화’와 이른바 ‘신상털이’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일밤’의 ‘신입사원’도 방송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이 오디션에 지원하려면 “내 목소리, 행동, 이름, 모습, 개인 정보를 포함한 기록된 모든 사항을 프로그램에 사용할 수 있는 권리, 제작팀에 의해 수정된 결과물들을 프로그램에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MBC에 부여한다”는 등 항목에 동의해야 한다. 사생활 침해 등에 대해 MBC가 보상할 의무가 없음을 확인하는 내용까지 포함돼있다. 이를 두고 아나운서 지망생들 사이에서 ‘노예계약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눈길을 끌기 위한 지나친 상금 경쟁도 우려를 자아낸다. 당시로선 파격이었던 ‘슈퍼스타K 2’의 상금 2억원+자동차는 ‘위대한 탄생’의 3억원(상금 1억원+음반제작지원금 2억원)에 금세 추월당했고, tvN의 ‘코리아 갓 탤런트’도 3억원을 내걸었다. 방송사로서는 상금 액수를 높인 만큼 시청률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열정과 꿈의 무대가 자칫 상업적으로만 흐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디션은 되는 포맷? 기획력 따라 성패 갈려

오디션에 벼락 관심이 쏟아지고 있지만, 재작년 ‘슈퍼스타K’ 시즌1 때만해도 제작진은 ‘오디션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통념 탓에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굴렀다. 오디션 그 자체가 ‘되는 포맷’이 아니라는 얘기다. 성패는 어떻게 기획하고 얼마나 철저히 준비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지상파라는 이점에다 상금도 높인 ‘위대한 탄생’의 초반 고전도 기획력과 준비 부족에서 비롯됐다. 방송가 관계자는 “’슈퍼스타K 2’는 1년이 넘는 사전제작을 통해 약 130만명의 지원자를 받아 인재를 발굴하고 긴장감 있게 편집해 방송한 반면, ‘위대한 탄생’은 짧은 기간에 서울과 해외 4곳에서만 지원자를 받아 인재 풀도 부족하고 녹화 즉시 방송하는 형태라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대한 탄생’이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 심사위원 멘토들의 조언은 전문성 면에서는 수준이 높지만 어설픈 편집 탓에 재미나 감동을 주기에 부족하다. 표현 수위 등에서 케이블에 비해 제약이 많은 지상파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부족했다는 평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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