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7월 실시된 한나라당 전당대회 결과를 두고 정치권에선 '친이계 주류가 당을 장악하게 됐다'는 해설을 썼다.
선거 결과 당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에서 친이계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친이계 최고위원들은 '범주류 연합'을 형성해 정책과 당직 인선 등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특히 최근 개헌 논란 과정에서 최고위원회 내 범주류 연합은 사실상 깨진 셈이 됐다. 친이계인 홍준표 나경원 정두언 최고위원등이 '지금 개헌 논의를 시작하자'는 여권 주류에 반기를 들거나 소극적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헌 찬성파인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는 14일 당내 개헌 논의 특별기구를 최고위원회 산하에 두는 것을 골자로 한 기구 구성안을 최고위에서 통과시키려 했지만, 홍 최고위원이 강력 반대하고 나경원 정두언 최고위원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일단 무산됐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는 당내 특위를 구성할 때 최고위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고, 최고위의 의사 결정은 '과반 출석과 출석 인원 중 과반 찬성'으로 이뤄진다. 현재 최고위원단 9명 중 개헌 찬성파는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지명직인 정운천 최고위원, 심재철 정책위의장 등 4명에 그치고 있다. 홍준표 나경원 정두언 최고위원이 개헌 찬성론으로 돌아서 '범주류 연합'으로 복귀하지 않는 한 최고위원회의 산하에 개헌 기구를 두는 방안은 실현되기 어렵다.
홍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원회의에서 "개헌 추진은 당론이 아닌 만큼 특별기구는 원내대표 또는 정책위의장 산하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어깃장을 놓았다. 그는 이날 안 대표가 개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한 최고위원단의 조찬 회동에도 불참했다.
홍준표 나경원 정두언 최고위원 등의 최근 행보에 대해선 "당 운영이 지나치게 안 대표와 김 원내대표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에 대한 시위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세 사람이 지난달 개헌 문제가 거론된 청와대 안가 회동에 초대 받지 못한 뒤 안 대표 등이 추진하는 일에 자주 제동을 거는 것 같다"며 "적절한 명분과 실리가 주어지면 세 사람은 언제든 다시 주류 편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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