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11일 TV를 통해 프로농구 경기를 보다 낯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인천에서 열린 전자랜드-동부 경기에서 두 팀의 득점이 합쳐서 101점(동부 52점)에 그쳤다. 역대 한 경기 최소득점 기록이 경신된 것이다. 이전 한 경기 최소득점은 지난해 1월14일 전자랜드-인삼공사 경기에서 작성된 109점(전자랜드 57점)이었다.
TV를 보고 있는데 안방에서 고등학생 딸이 나오면서 "아빠, 경기가 늦네. 이제 전반전이 끝난 거야?"라고 물었다. 필자는 "응, 오늘 선수들이 지쳐서 많이 힘든 모양이야"라고 둘러댔지만 참 멋쩍었다.
필자는 지난해 12월 '득점력을 높여야 인기도 높아진다'는 칼럼에서도 저득점 해소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현 6개 라운드에서 1개 라운드를 줄이는 것, 속공 시 고의파울 강화 등을 공격농구를 위한 세부방안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공청회를 열고 팬, 농구인, 언론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여기서 결정된 아이디어는 2군 리그와 연습경기를 통해 시험해 보고, 합당하다고 판단되면 1군 리그에 적용하면 된다.
이를테면 슛이 림에 맞은 뒤 공격자가 리바운드를 잡더라도 공격제한시간을 현재의 24초가 아닌 14초로 줄인다면 보다 빠른 공격을 유도할 수 있다. 이런 룰이 시행된다면 세트 오펜스(준비된 작전에 의한 공격)에 의한 득점이 아닌 개인기에 의한 득점이 필요하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2년 전 이 룰을 도입했고, 종전에 비해 득점력이 상당히 향상됐다.
모든 스포츠에서 저득점은 인기 하락과 직결된다. 때문에 야구에서는 스트라이크존을 조정하고, 축구에서는 파울 수위를 조절한다. 야구에서 걸핏하면 2-1, 축구에서 0-0 스코어가 나온다면 팬들은 경기장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프로농구에서는 한 경기 101점이 더는 나오지 않기 바랄 뿐이다.
전 서울 SKㆍ 구리 금호생명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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