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및 검찰개혁안 등 법조 관련 정치 현안이 즐비한 가운데 국회의장이 법무ㆍ검찰 수뇌부를 만나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상시적으로 정치인 관련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총장도 참석, 미묘한 해석을 낳고 있다.
정치권과 검찰에 따르면 박희태 국회의장은 15일 법무부와 대검찰청 검사장급 이상 간부 약20명과 부인들을 서울 한남동 공관으로 초청해 만찬 모임을 가졌다. 이귀남 법무부장관과 김준규 검찰총장도 참석한 만찬은 4시간 가량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장이 법무ㆍ검찰 간부들을 공식 초청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국회의장실은 "검찰 출신의 박 의장이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로 다른 의미는 없다"고 밝혔다. 고등검사장과 법무부장관까지 지낸 박 의장이 후배들에게 식사 한끼 대접한 자리였다는 설명이다. 실제 검찰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박 의장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에도 김경한 당시 법무부장관 등 일부 법무ㆍ검찰 간부들을 초청해 격려한 적이 있다. 행사 참석자들도 "박 의장은 주로 검사 시절 에피소드를 이야기했고 장관과 총장은 초청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 화기애애한 자리였다"며 "민감한 현안은 전혀 오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검찰개혁을 포함한 사법개혁특위가 가동되고, 개헌 논란까지 일고 있는 미묘한 시점이어서 만찬에서 오간 대화 내용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여야 정치인이 대거 연루된 청목회 수사를 직접 지시한 김 총장의 참석에 대해 '수상쩍다'는 시선도 없지 않다.
익명의 민주당 의원은 "국회 출석 요구에는 불응하는 검찰총장이 국회의장 초청에는 응한다는 게 적절한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김 총장은 박 의장의 초청을 받아들일 것인지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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