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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30년만의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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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30년만의 용서

입력
2011.02.14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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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을 생각하면 그분이 떠오릅니다. 언젠가는 만나 뵙고 꼭 사과를 드리고 싶은 분이었습니다. 복학하여 저는 처음 만들어진, 동아리연합회의 전신인 서클연합회 회장을 맡았습니다. 그땐 불법단체였던 그 자리를 맡고부터 당시 학생처장이었던 그분과 사사건건 대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대립은 졸업할 때까지 팽팽하게 이어졌습니다. 저는 제가 피해자라고 생각했지만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제가 가해자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분께 인격적으로 많은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늦게야 깨달았다. 그분은 제게 개인적으론 고교 대선배였습니다. 1980년대의 세찬 소용돌이 속에서 저는 어리석어 어떤 경우에도 사람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꼭 뵙고 싶었는데 세월만 무심하게 흘려보냈습니다. 대학에 큰 행사가 있어 초대된 그분을 뵙고 가슴이 뛰었습니다. 그분에게 30년 전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청했습니다. 어느새 여든이 가깝다는 그분의 얼굴에도 쉰이 넘은 제 얼굴에도 서로 알아볼 수 없는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그분은 저를 시인으로만 기억하며 따뜻하게 손잡아주었습니다. 제 용서에 대해서는 손을 내저었습니다. “그 시절에 자네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맞고 우리는 말려야 하는 것이 일이었다.” 그분에게서 그때 맞지 못했던 사람의 향기가 남쪽바다 따뜻한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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