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喚牛卽牛 呯馬卽馬)
소라라고 하니 소요 말이라고 하니 말이다
야보 도천
借婆杉子拜婆門
(차파삼자배파문)
禮數周旋已十分
(예수주선이시분)
竹影掃階塵不動
(죽영소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노파의 적삼을 빌려 노파 문전에 절하니
인사 차릴 건 충분히 다 차렸네
대그림자 뜰을 쓸어도 먼지 일지 않고
달빛이 연못 중심을 꿰뚫어도 물살 일지 않네
● 야보 도천은 송대의 스님이다. 위의 시는 야보 도천 선사가 금강경을 노래한 선시 중 한 편이다.
전기철 시인이 주해한 야보 도천의 을 읽다가 ‘오늘 조금 수고하고 크게 얻는다(今日小出大遇)’라는 시의 번역이 재미있어_/불은 태울 수 없으며/물은 물에 빠질 수 없다./바람은 날릴 수 없으며/칼은 베어지지 않는다…/- 소개해보려 했으나 여타의 번역과 달라 많이 알려진 시 한 편을 선택해보았다.
시를 설명하는 게 쓸데 없는 짓이지만, 특히 직관의 언어를 쓰는 선시는 더하여, 이 시를 읽고 일어난 상(相)에 대한 허접한 말은 접는다. 그래야 대나무 그림자와 달빛에게 덜 부끄러울 것 같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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