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을 실질적으로 추진하려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한나라당 내부와 자유선진당에서 제기돼 주목된다. 이 대통령이 개헌안을 직접 발의하거나 적어도 국민과 국회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개헌 전선에 나설지 여부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16일 CBS라디오에서 "이 대통령이 개헌 소신을 갖고 있다면 발벗고 나서 국민과 의회를 설득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은 '개헌은 의회가 맡아 해봐라, 해봐서 되면 좋고 안되면 그만'이라는 태도인데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권력구조만을 논의하는 개헌이든 뭐든 대통령 자신이 주도적으로 해야 개헌이 가능하다"며 "동기는 다르지만 지금까지 9차례 개헌 중 2차례만 의회에서 발의했고 나머지는 대통령이 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도 "개헌을 제대로 하려면 대통령이 개헌 발의를 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나도 개헌론에 적극 뛰어들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특정 계파 중심으로 추진돼온 개헌론에는 반대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선다면 반대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그는 또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시 야당 설득 등 (개헌 성사를 위해) 총력전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국회가 60일 이내에 표결해야 하므로 개헌은 국회 전체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가까운 차명진 의원도 이날 "권력구조가 개헌의 핵심 주제인 만큼 이 문제를 논의하려면 대통령이 직접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가 갖는 엄청난 파급력 등을 감안할 때 실현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많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은 개헌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개헌 추진 논의는 국회가 할 일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고 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 게 정치"라는 차원에서 문을 완전히 닫아놓을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편 이 대통령은 20일 저녁 안상수 대표 등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 이날 만찬은 부부동반으로 이뤄지며,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도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여권 내 개헌 문제 등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특히 당내 개헌특위 구성 문제를 두고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이 갈등하고 있어 이 대통령이 최고위원들에게 협조를 당부할지 여부에도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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