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000선 밑으로 내려 앉았다. 지난 한 주 동안 외국인은 2조원이 넘는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주식을 사들여왔던 대만 증시에서도 지난주 외국인은 1조6,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머징 아시아 증시 전반에서 외국인은 주식을 팔고 있다.
아시아 증시가 조정을 나타내고 있지만, 서구 선진국 증시는 강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말 미국의 S&P500지수와 독일의 DAX지수는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선진국과 이머징 증시의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하반기에는 정반대 모습이 나타났었다. 당시는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던 시기였다. 미국 주택시장의 부실이 결코 만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이 중심이 된 신흥국가 경제의 고성장에 대한 낙관론은 힘을 얻고 있었다. 미국 경제에 문제가 있더라도 아시아의 힘으로 글로벌 경제가 고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아시아 디커플링', '아시아 프리미엄'의 논리가 시장을 주도했다.
그렇지만 이런 아시아 비교우위론은 이뤄지지 못한 미몽(迷夢)으로 끝나고 말았다. 미국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아시아 경제도 그 여파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글로벌 경제의 세계화가 진전된 현 상황에서 각 경제권역이 독립적 행보를 나타낼 수 있다는 기대가 오히려 비상식적인 낙관론에 불과했음이 밝혀진 것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의 중심 축은 미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듯하다.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반면 아시아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기 회복 모멘텀이 강한 선진국에 대한 글로벌 자본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치 상향이 아시아 증시에서의 유동성 위축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런 흐름이 장기화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미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 아시아 증시에 악재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글로벌 증시의 완전한 디커플링(차별화)이 나타났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오르고 내림의 상대적 강도 차이였지, 선진국과 이머징 증시가 방향성 자체를 달리한 적은 없었다. 미국 경기 회복 국면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수출국들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수 있다. 결국은 글로벌 증시의 흐름은 동조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주의 조정으로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밑으로 떨어졌다. 주가의 단기 등락을 족집게처럼 맞출 수는 없지만 밸류에이션으로 지지 가능한 수준까지 주가가 조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기 회복이 아시아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우스꽝스러운 역설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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